최근 작은 책방들이 늘고 있다.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3년 1625곳이던 서점은 2015년 1559곳으로 줄었지만 특색 있는 동네 책방은 늘었다. 올해엔 서울 60여 곳을 포함해 전국에 150여 곳이 생겼다고 한다. 광주만 해도 몇 개의 이름이 얼핏 떠오른다. ‘숨’, ‘검은 책방 흰 책방’, ‘파종모종’ 등등.
이들 작은 책방은 일종의 ‘테마 책방’이며 ‘열린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행, 시와 소설, 지역 등 일정한 범주의 책을 판매하고 영화 상영이나 독서 모임,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연다. 책방에서 커피와 술을 마시며 밤을 새우거나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책을 매개로 하룻밤을 보내는 ‘북 스테이’를 열기도 한다. 학습물과 베스트셀러 위주인 기존의 동네 서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바꿔 말하면 작은 책방들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책방이 아니다. 계절로 따지면 사계절 중 ‘봄의 책방’이라거나 ‘여름의 책방’, ‘가을의 책방’이라는 포즈다. 나는 ‘겨울의 책방’이니 원치 않는 독자는 다른 계절의 책방으로 가시라는 뜻이다. 거대 자본의 시대에,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좌판을 벌이고 보는 백화점의 시대에 썩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행보다.
그런데 반갑다. 비좁은 주택가 골목이나 후미진 건물 2,3층에 숨은 듯 자리한 작은 책방들이 돌올하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그런가하면 도시가 아닌 시골에도 작은 책방들이 생기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충남 홍성의 그물코출판사는 ‘책방 느티나무’를 운영하고 있다. 마을 주민의 요청으로 출판사가 보유한 책과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들로 꾸몄지만 운영자도 장부도 없는 무인점포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이 출판사의 대표는 지역 주민들의 출자로 마을도서관도 운영한다. 청소년을 위한 만화방과 마을 카페의 운영에도 참여하고 마을 소식지도 함께 만든다.
전북 고창의 ‘책마을 해리’도 ‘주민이 함께 만드는 마을 이야기, 마을신문 해리’를 발간한다. 폐교를 단장해 터를 마련한 ‘책마을 해리’는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을 넘어서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써서 책으로 발간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이제 막 한글을 깨친 동네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책으로 펴내는가하면 어린이·청소년들이 ‘출판캠프’에 참여하여 책을 읽고, 쓰고, 발간할 수 있다.
경남 통영에 있는 출판사 ‘남해의 봄날’은 게스트하우스 ‘봄날의 집’과 작은 서점 ‘봄날의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다녀간 사람이 2천 명이 넘는다. 골목 안 폐가를 직접 페인트칠 하며 6개월 만에 완성한 이 책방은 4평 남짓에 불과하지만 책방지기의 월급을 주고도 남을 만큼 책이 팔린다고 한다.
“처음 우리가 이 작은 마을에서 책방을 열게 된 것은 지역 이웃들과의 소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책방 덕분에 우리는 많은 이웃과 스스럼없이 삶을 나누었다. 우리 뒷집 할머님의 소원은 책방 가까이 사는 것이었는데 그 소원이 기적처럼 이루어졌다며, 반찬 값을 아껴 한 달에도 수십 권의 책을 사러 책방에 오신다.”(‘남해의 봄날’, 정은영 대표)
이들 책방이 반가운 것은 더 이상 낯익은 세계에 머물지 않고 낯선 세계를 향해 길을 떠났기 때문일 것이다. 모난 돌이 정 맞기 딱 좋은 세상에서 고개를 한껏 곧추세우기란 쉽지 않다. 책을 만들고, 팔고, 사는 사람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그 경계를 넘나든다는 것, 상품 이전에 책이 소통의 매개라는 것을 이웃과 함께 실천한다는 것, 이런 말들이 과장된 것이라면 한걸음 양보해 그저 낯설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낯선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익숙한 것에 대한 반성 없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낯설다는 것은 때로 새롭다는 것이다. 어쩐지 조심스럽고, 조금 불편하고, 그러면서도 상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낯설다는 것은 아직 길들여지지 않아서 상대와 나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너는 너답고 나는 나답다는 것이다.
물론 작은 책방들이 너나없이 새롭다는 말은 아니다. 이들도 영리를 추구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막상 찾아가 보면 빈약하기 그지없는 책방의 면모나 술집을 방불케 하는 영업 방식이나 몇몇 작가들의 끼리끼리 문화에 실망하는 독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낯선 것들에 한 표를 주고 싶다.
낯익은 것들의 편안함과 지루함보다는 낯선 것들의 불편함과 긴장감에 기대고 싶다. 그동안 나는 너무 익숙한 것들의 안락의자에 나도 몰래 주저앉을 만큼 지쳐 있으니까. 염치없는 나를 이쯤에서 그만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쳐 왔으니까.
뒤뚱거리는 아이들에게는 걷는 것도 신기하다. 이제 막 걸음을 뗀다는 것,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킨다는 것, 입술을 달싹거려 제 의미를 입 밖으로 던져 본다는 것. 그러니 이제 작은 책방도 독자도 소통을 위해 서로 노력할 일만 남았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들 작은 책방은 일종의 ‘테마 책방’이며 ‘열린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행, 시와 소설, 지역 등 일정한 범주의 책을 판매하고 영화 상영이나 독서 모임,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연다. 책방에서 커피와 술을 마시며 밤을 새우거나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책을 매개로 하룻밤을 보내는 ‘북 스테이’를 열기도 한다. 학습물과 베스트셀러 위주인 기존의 동네 서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반갑다. 비좁은 주택가 골목이나 후미진 건물 2,3층에 숨은 듯 자리한 작은 책방들이 돌올하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그런가하면 도시가 아닌 시골에도 작은 책방들이 생기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북 고창의 ‘책마을 해리’도 ‘주민이 함께 만드는 마을 이야기, 마을신문 해리’를 발간한다. 폐교를 단장해 터를 마련한 ‘책마을 해리’는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을 넘어서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써서 책으로 발간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이제 막 한글을 깨친 동네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책으로 펴내는가하면 어린이·청소년들이 ‘출판캠프’에 참여하여 책을 읽고, 쓰고, 발간할 수 있다.
경남 통영에 있는 출판사 ‘남해의 봄날’은 게스트하우스 ‘봄날의 집’과 작은 서점 ‘봄날의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다녀간 사람이 2천 명이 넘는다. 골목 안 폐가를 직접 페인트칠 하며 6개월 만에 완성한 이 책방은 4평 남짓에 불과하지만 책방지기의 월급을 주고도 남을 만큼 책이 팔린다고 한다.
“처음 우리가 이 작은 마을에서 책방을 열게 된 것은 지역 이웃들과의 소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책방 덕분에 우리는 많은 이웃과 스스럼없이 삶을 나누었다. 우리 뒷집 할머님의 소원은 책방 가까이 사는 것이었는데 그 소원이 기적처럼 이루어졌다며, 반찬 값을 아껴 한 달에도 수십 권의 책을 사러 책방에 오신다.”(‘남해의 봄날’, 정은영 대표)
이들 책방이 반가운 것은 더 이상 낯익은 세계에 머물지 않고 낯선 세계를 향해 길을 떠났기 때문일 것이다. 모난 돌이 정 맞기 딱 좋은 세상에서 고개를 한껏 곧추세우기란 쉽지 않다. 책을 만들고, 팔고, 사는 사람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그 경계를 넘나든다는 것, 상품 이전에 책이 소통의 매개라는 것을 이웃과 함께 실천한다는 것, 이런 말들이 과장된 것이라면 한걸음 양보해 그저 낯설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낯선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익숙한 것에 대한 반성 없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낯설다는 것은 때로 새롭다는 것이다. 어쩐지 조심스럽고, 조금 불편하고, 그러면서도 상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낯설다는 것은 아직 길들여지지 않아서 상대와 나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너는 너답고 나는 나답다는 것이다.
물론 작은 책방들이 너나없이 새롭다는 말은 아니다. 이들도 영리를 추구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막상 찾아가 보면 빈약하기 그지없는 책방의 면모나 술집을 방불케 하는 영업 방식이나 몇몇 작가들의 끼리끼리 문화에 실망하는 독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낯선 것들에 한 표를 주고 싶다.
낯익은 것들의 편안함과 지루함보다는 낯선 것들의 불편함과 긴장감에 기대고 싶다. 그동안 나는 너무 익숙한 것들의 안락의자에 나도 몰래 주저앉을 만큼 지쳐 있으니까. 염치없는 나를 이쯤에서 그만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쳐 왔으니까.
뒤뚱거리는 아이들에게는 걷는 것도 신기하다. 이제 막 걸음을 뗀다는 것,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킨다는 것, 입술을 달싹거려 제 의미를 입 밖으로 던져 본다는 것. 그러니 이제 작은 책방도 독자도 소통을 위해 서로 노력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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