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철학에 부쩍 관심이 많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자칫 어렵게도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온통 철학이다. 태어나는 것부터 죽을 때까지 어느 하나 철학적으로 풀어내지 못할 게 없다. 그래서 가벼운 철학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5년 전쯤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하며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당시 나는 퇴사와 동시에 ‘즐겁게 살아보자’라는 목표를 세웠었다. 이 단순하고 쉬워보이는 목표가 처음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발목을 잡았다. 뭘 해야될지 몰랐던 것이다. 비로소 28살이 될 때까지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충격이었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회사만 때려치우면 삶이 즐거울 줄 알았는데, 막상 뭘 해야 재밌을지조차 모르겠다니…. ‘멘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재밌을지 고민하고 몸으로 부딪혀가며 살게 됐다.

누군가는 본인이 무엇을 하면 즐거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다양한 청년, 청소년들을 상담해오다 보면 본인이 무엇을 해야 즐겁게 살 수 있을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부분은 막연하게 ‘여행을 떠나고 싶다’거나 ‘학교 혹은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나도 이들과 똑같은 경험을 했다. 최대한 아는 척을 하며 ‘꼰대스럽게’ 한마디 해주자면 “그냥 이것저것 경험해봐.”

난 뭘 하면 즐거울지도 모른 채 막연히 여행을 하고 싶었고 그렇게 배낭을 메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자연스레 나와 비슷한 선택을 한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모두가 여행이라는 선택에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 이미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당연히 그럴 수 없다.

세상에는 모든 사람이 좋아할 선택,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직업, 모든 사람이 좋아할 사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그 무언가가 있을 뿐이다. 실제로 그렇게 여행을 택했던 사람들 중 다수의 사람은 “여행은 나와 맞지 않는다”며 다른 길을 찾아가곤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여행이 본인과 맞지 않는다는 걸 알기 위해서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 즉 ‘경험밖에 답이 없다’라는 것이다.

직접 여행을 떠나보지 않은 이상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그런 경험의 기회도 적을뿐더러,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획일적인 기준들을 강요받으며 다양한 경험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이 지금의 학부모가 됐다. 20년 전과 시대가 바뀌었다. 20년 후 분명 다른 시대가 올 것임에도 이 사회는 여전히 변함없는 잣대들을 들이댄다.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20년 후 현재의 직업군 중 절반 정도가 사라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금융권, 변호사, 운수업, 약사 등은 다가올 미래 없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대표적인 직업들이다.

우리는 그 20년 후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참고로 불과 20년 전, 나는 ‘삐삐’를 들고다녔다. 스마트폰을 들고다니며 화상통화를 하고 각종 업무를 해결하는 건 ‘공상영화’에서나 봤었던 일이었다.

또래 청년들에게 “본인의 철학을 가져라”라고 조언하고 싶다. 청년들이 각자의 철학을 가졌으면 좋겠다. 더 쉽게 표현하면 사회가 그어 놓은 기준이 아니라 본인만의 기준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 사회가 “랍스터가 맛있다”고 하더라도 본인 기준에 맛이 없으면 맛없는 거다. 내 기준, 내 삶이 중요한 것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을 따라갈 필요도, 비교할 필요도 없다. 남이 그려주는 삶을 따라가지 말고 내가 그려나가는 나의 삶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그게 진정 본인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