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쯤 얼마간 미국에 머물고 있던 때다. 주(州) 지방지 1면 톱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호전적인 시민, 신중한 참전용사”(Hawkish Citizen, Cautious Veteran)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한 주 의원들의 분위기를 이처럼 보도한 것이다. 전쟁을 겪어 본 사람들은 아무래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유사한 대립이 있었다. 직업군인 출신인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외교 우선’을 강조했다. 군사적 수단은 최후의 부득이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점점 기정사실화 되자 파월은 부시에게 충고했다. “가게 물건을 부수면 그 값을 치러야 한다”(Pottery Barn Rule)라고.
반면,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는 호언했다. ‘충격과 공포’의 전략에 따라, 첨단무기로 외과수술처럼 정교한 공중 폭격으로, 적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미국은 2001년 끔찍한 9·11 테러를 당하고, 이후 북한·이라크·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2003년 3월 20일 오전 5시 30분 어둠 속에서 미국은 이라크를 공습했다. 4월 9일 바그다드를 장악하고, 4월 14일 사담 후세인의 고향에 진입했다. 발발 26일 만에 사실상 전투는 끝났다. 전쟁 명분이었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는 찾지 못했다. 5월 1일, 부시는 항공모함 갑판에서 ‘임무 완수’를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미국은 마침내 2011년 12월 혼란스러운 이라크에서 군대를 철수했다. 이라크 내부의 반목과 폭력은 더욱 심해졌다. 이라크 내의 내전과 폭력, 중동의 난민사태, IS의 국제테러 등 서방을 위협하고 세계평화를 해치는 오늘의 상황은 바로 이라크 전쟁에서 비롯됐다. IS 군사력의 상당 부분이 실직한 이라크 군인이라고 한다. 작전명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와는 거리가 먼 결과였다.
2006년 사담 후세인이 교수형으로 처형되었을 때, 북한의 위정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후세인에게 대량살상무기가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랬다면 북한은 핵 보유가 단순한 협상을 위한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으로 간주하게 됐을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헤아려 주기에는 우리의 상황이 엄혹하다. 남북 공멸의 불씨가 될 북한의 핵 보유를 우리는 결단코 용인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성명에 대해 “우리의 정정당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강변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 9일 핵실험을 하자, 우리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규탄했다.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화 수호를 위한 대항론이라고 하지만, 영락없는 ‘북한 따라하기’다. 냉전시대 행태처럼 거울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모습이 똑같아지는 건가.
이제까지 추세로 볼 때, 앞으로도 다른 상황을 추측하기 어렵다.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강경론의 강화로 치달을 것이다. 목소리를 높이다가 어느 때는 그것으로 부족하여,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 전쟁 불사다, 거친 비난과 강경한 발언이 금방 전쟁 나기 직전 상황까지 치닫곤 할 것이다. 민족의 운명을 치킨게임에 맡길 수 없다.
강온 대립에서는 늘 강경론이 득세하는 경향이 있다. 조선시대에 항복의 수모를 겪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아무것도 못하는 척화론이 세력을 얻었다. 이후 내부 단속용으로 기능하며, 우리는 변화의 기회를 놓쳐 버렸다. 성호 이익은 ‘화전’(和戰)이란 글에서 척화론의 표리부동과 무책임함을 신랄하게 질타한 바 있다.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처형되었지만 주민은 평화를 얻지 못했고 일부는 게릴라가 됐다. 전쟁은 상황을 종료한 게 아니라 또 다른 혼란과 전쟁을 초래했다. 북 정권이 핵으로 외부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지만, 정권의 운명은 오히려 외부보다 내부의 민심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북한 정권과 별개로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외교 관계도 다시 숙고해야 한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는 상인적 실용주의와 창의성을 보여 주었다. 체제 경쟁의 결과와 민족 공영의 미래를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다시 한 번 창조적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 창조적 리더십은 일방적이고 배타적 분위기에서는 나올 수는 없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유사한 대립이 있었다. 직업군인 출신인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외교 우선’을 강조했다. 군사적 수단은 최후의 부득이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점점 기정사실화 되자 파월은 부시에게 충고했다. “가게 물건을 부수면 그 값을 치러야 한다”(Pottery Barn Rule)라고.
미국은 2001년 끔찍한 9·11 테러를 당하고, 이후 북한·이라크·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2003년 3월 20일 오전 5시 30분 어둠 속에서 미국은 이라크를 공습했다. 4월 9일 바그다드를 장악하고, 4월 14일 사담 후세인의 고향에 진입했다. 발발 26일 만에 사실상 전투는 끝났다. 전쟁 명분이었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는 찾지 못했다. 5월 1일, 부시는 항공모함 갑판에서 ‘임무 완수’를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2006년 사담 후세인이 교수형으로 처형되었을 때, 북한의 위정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후세인에게 대량살상무기가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랬다면 북한은 핵 보유가 단순한 협상을 위한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으로 간주하게 됐을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헤아려 주기에는 우리의 상황이 엄혹하다. 남북 공멸의 불씨가 될 북한의 핵 보유를 우리는 결단코 용인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성명에 대해 “우리의 정정당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강변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 9일 핵실험을 하자, 우리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규탄했다.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화 수호를 위한 대항론이라고 하지만, 영락없는 ‘북한 따라하기’다. 냉전시대 행태처럼 거울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모습이 똑같아지는 건가.
이제까지 추세로 볼 때, 앞으로도 다른 상황을 추측하기 어렵다.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강경론의 강화로 치달을 것이다. 목소리를 높이다가 어느 때는 그것으로 부족하여,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 전쟁 불사다, 거친 비난과 강경한 발언이 금방 전쟁 나기 직전 상황까지 치닫곤 할 것이다. 민족의 운명을 치킨게임에 맡길 수 없다.
강온 대립에서는 늘 강경론이 득세하는 경향이 있다. 조선시대에 항복의 수모를 겪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아무것도 못하는 척화론이 세력을 얻었다. 이후 내부 단속용으로 기능하며, 우리는 변화의 기회를 놓쳐 버렸다. 성호 이익은 ‘화전’(和戰)이란 글에서 척화론의 표리부동과 무책임함을 신랄하게 질타한 바 있다.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처형되었지만 주민은 평화를 얻지 못했고 일부는 게릴라가 됐다. 전쟁은 상황을 종료한 게 아니라 또 다른 혼란과 전쟁을 초래했다. 북 정권이 핵으로 외부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지만, 정권의 운명은 오히려 외부보다 내부의 민심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북한 정권과 별개로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외교 관계도 다시 숙고해야 한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는 상인적 실용주의와 창의성을 보여 주었다. 체제 경쟁의 결과와 민족 공영의 미래를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다시 한 번 창조적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 창조적 리더십은 일방적이고 배타적 분위기에서는 나올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