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카카오톡 초대를 받았습니다. 카톡 방에 들어가 보니 고등학교 졸업 후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동창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33년 만에 소식을 전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동창회에 참석을 해보니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부터 대기업 중견간부, 퇴임을 하고 아파트 경비를 서는 동창까지 다양한 친구들이 나름대로 최선의 삶을 사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친구들이 많다 보니 별별 친구들이 다 있습니다. 하루는 한 친구가 ‘이생에서 꼭 봐야 할 명화’라는 제목으로 10여개의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친구가 ‘아 좋은 정보구나’ 생각을 하고 목사님과 교회 지인들을 비롯한 그룹 채팅방에 그 동영상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난리가 났습니다. 그 친구가 보낸 동영상을 본 사람들에게서 항의전화가 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친구가 보낸 동영상은 명화가 아닌 ‘야동’(야한 동영상)이었습니다.

야동을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대체로 두 가지 부류로 나타납니다. 여자들은 대부분 남사스럽다는 반응이며 그것을 보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모두 혐오스럽게 생각합니다. 남자들은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그래서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많은 남녀 학인(學人)들을 지내 본 가운데 남자들은 대체로 너그러우나 허한 듯하여 견실성(堅實性) 없는 것이 병이 되고, 여자들은 대체로 주밀하나 고정하여 용납성 없는 것이 병이 된다”(대종경 수행품 31장)고 하셨습니다.

이 하나의 사건을 보면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이 야동을 보는 것이 죄가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불가에서는 의두를 연마할 때는 원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도덕적인 관념, 지위, 남녀, 모든 차별을 놓고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소태산 대종사는 무애행(無碍行·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함)을 행하는 제자들에게 “참 자유는 방종을 절제하는데서 오고, 큰 이익은 사욕을 버리는데서 오나니, 그러므로 참 자유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계율을 잘 지키고, 큰 이익을 구하는 사람은 먼저 공심을 양성하나니라”(대종경 요훈품 42장)고 하셨습니다.

방종이라는 함은 제멋대로 행동하여 거리낌이 없음을 말합니다. 착심((着心·어떤 일에 마음을 붙임)에 묶여 있으면 방종입니다. 아무것도 없다 하여 높은 자리에 묶여서 자행자지(自行自止·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아니함)하는 무애행도 착심이요. 낮은 자리에 묶여서 비도덕적인 행위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도 착심입니다.

이 궁금증은 보느냐, 안 보느냐의 문제로 선악을 판단하기보다는 색이라는 경계에 끌리는가 안 끌리는 가의 문제로 풀어감이 현명할 듯합니다.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종사는 착심에 대하여 경계해 주시기를 “물욕, 색욕은 금사망보에 빠지기 쉽다. 지옥은 지옥인지 알므로 빠져나오려고 해서 나올 수 있으나 금사망보는 1000년이 지나도록 못 나올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야동을 즐겨 보는 것을 금사망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에 자제할 힘이 있느냐 끌려서 보느냐? 열쇠는 마음에 있습니다.

허공은 구름과 바람이 머물다 가도 흔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하는 것도 흔적 없는 허공과 같은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서입니다. 선악이라는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면 오히려 바라보는 내가 그 선악에 구속될 수 있습니다.

“대명(大明)은 무명(無明)하되 천하를 크게 비출 것이며, 대성(大聲)은 무성(無聲)하되, 만 생령에게 큰 소리를 터트릴 것이며, 대현(大顯)은 무현(無顯)하되 천하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나니라”고 하신 스승님의 글귀가 생각나는 5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