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주일여 간격을 두고 개봉한 두 영화가 있다. ‘글로리데이’(한국)와 ‘마이크롭 앤 가솔린’(프랑스)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지는 않지만 입소문을 타고 잔잔히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두 영화는 잔뜩 구겨진 어린 나날의 성장통을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리데이는 ‘어리다는 이유로’ 생채기가 더 심해지기만 하지만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어리기에’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무한히 펼쳐진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연히 다르다.

글로리데이에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동갑내기 친구 네 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친구가 전부이고 제일인 용비, 대학 대신 군대를 택한 상우, 엄마에게 시달리는 재수생 지공, 낙하산 대학 야구부 두만은 선택의 여지없이 ‘주어진’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스무 살이 되고 나서의 첫 여행길에 우연히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려다 시비에 휘말리게 되고 순식간에 사건의 주범이 돼버린다.

‘진실’보다는 ‘믿어야 할 것’이 더 중요하다는 부모와 경찰들의 다그침 속에서 이들의 스무 살 인생에 어둠이 내린다. ‘세상엔 친구보다 지킬 것이 더 많다’는 어른들의 말에 관객도 함께 답답함을 느낀다.

‘영원한 몽상가’로 불리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새 영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여의치 않은 환경을 헤쳐 나가는 두 소년의 유쾌한 성장기를 그렸다. 또래에 비해 몸집이 작아 ‘마이크롭’이라는 별명을 지닌 열여섯 살 다니엘과 가솔린 냄새가 풀풀 풍기는 전학생 테오는 서로의 특별함을 알아보고 단짝 친구가 된다.

이들은 단조로운 일상에 지쳐가던 중 자신들이 만든 널빤지 차로 프랑스 전국을 누비는 모험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아이들은 친구와 가족들로부터 괴짜 취급을 받지만 무엇이 부당한 것인지 알고 바로잡으려는 굳은 의지가 있기에 이들을 응원해주는 이들도 적지 않다. 프랑스 일주는 실패로 끝나지만 이는 아이들이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돼 주었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5·18레드페스타’는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며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는 축제의 장이다.

이번 레드페스타의 주제는 ‘오리 사냥’이다. 주관 단체 ‘청년문화허브’는 “5·18로부터 36년이 지난 현재, 시민들이 군부독재 권력에 맞서 싸운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청년을 짓누르는 ‘탐관오리’로 빗댄 권력을 직접 사냥하는 데 기획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오리는 민심을 뒤로하고 이합집산을 일삼는 정치권, 취업준비생이 마치 상품처럼 진열되는 시장논리, 학교의 획일적·권위적인 교육 풍토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청소년 참여자들이 가루 뭉치를 던져 오리를 사냥하는 게 축제의 주된 내용이다.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든 현실에서 청소년·청년들이 이 축제에서만큼은 주먹을 움켜쥐라는 게 레드페스타가 의도하는 바다.

비루한 청년 현실 ‘헬조선’을 주먹으로 힘껏 내지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다. 바로 내일 치러지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다.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 ‘이미 진 선거’라는 볼멘소리도 투표를 한 뒤에 낼 수 있다.

최근 뉴스를 통해 지난 8∼9일 실시된 사전투표도 전체 선거인 4210만398명 가운데 513만1721명이 참여, 투표율 12.2%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전투표제 도입 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라는 점에서 전체 투표율이 60%를 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전국 단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실시된 4·13 총선의 사전투표율이 부쩍 높아졌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다. 선거일에도 많은 청년들이 공약과 인물을 꼼꼼히 따진 소중한 표를 행사해 우리나라 정치에 좋은 변화를 일으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