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 리포트 제출하도록.”
대학에 입학한 뒤 ‘문장기초’라는 강의에 들어간 첫날, 교수님은 어째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지금 왜 글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을 과제로 주셨다.
그날 모든 강의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내내 고민해야 했다. ‘나는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나는 왜 글을 쓰고 있지?’, ‘나는 왜 문예창작과에 입학했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학교 바로 뒤에 있는 자취방에 도착한 뒤에도 명확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이 절반은 섞였을 리포트를 제출했다.
그때 리포트에는 중학교 2학년 때 과제였던 시를 써 선생님들께 칭찬을 들었고, 그것을 계기로 백일장에 나가 몇 번 상을 받게 됐다. 그 상장을 들고 집에 돌아가 엄마의 칭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뻐 기회가 있으면 글을 썼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내가 쓴 글을 읽고 누군가가 웃고, 공감하는 것이 좋아서라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거짓이 없는 사실이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우연과 우연의 이어짐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별히 잘하는 것 없던, 지극히 평범했던 내가 글을 썼다는 이유로 갑자기 칭찬을 듣고, 주목을 받게 된다는 게 놀라웠다. 우쭐했던 것도 사실이다.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 즐거웠다.
그렇다고 문학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기회가 생기면 글을 썼고, 우연히 몇 번의 상을 받았을 뿐이다. 만약 그때 조금 더 열심히 문학을 공부하고, 썼다면 지금의 나와는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한다. 사실 누군가 기뻐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나 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쓴 적은 없었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였을 뿐이다.
그런 내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곧 현실을 마주했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녔다. 재능이 뛰어난 것도, 열정이 넘쳐 문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어중간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두려웠다. 결국, 1학년 2학기를 겨우 마치고 휴학했다. 도망쳤다는 게 맞을 것 같다. 도망치고 나서도 마냥 편하진 않았다.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고, 원하는 것을 구입하는 생활도 몇 개월 지나자 감흥이 사라졌다. 전공책을 들고 지나가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도망’을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1년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많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처음 각오와 달리 점점 나태해졌고, 결국 또 어중간한 사람이 됐다. ‘졸업은 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학교를 다녔다. 그러다가 아동문학을 접하게 됐다. 아동문학 강의를 처음 듣던 날 흥미를 느꼈다. 더 나아가 청소년문학까지 관심을 두게 됐다. 이를 계기로 아동·청소년문학 소모임을 만들게 됐고, 소모임 회장을 맡았다.
아동 문학과 청소년 문학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작품을 써서 고쳐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첫 번째 동화집을 만들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뿌듯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 ‘해냈다’는 감정을 처음 느낀 순간이다. 불쑥 힘이 났다. 나도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됐구나…. 자신감이 생겨났다.
올해는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1년이다. 4학년이 됐고, 여전히 소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며칠 전 교수님은 다시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다시 고민해 봐. 4학년이 됐으니 조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지”라고 말씀했다. 반가웠다. 명확한 답을 찾아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답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길을 잃었고, 도망쳤고, 결국 다시 되돌아오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내가 속해 있는 소모임은 ‘바로찬글’이다. ‘바르고 옹골찬 글을 쓰다’라는 뜻이 좋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쓴 글이 바른 글로 보이길 바란다. 그 글을 읽고 힘을 내주길 바라게 됐다.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남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 글을 쓰던 때에 비하면 큰 발전이라고 본다. 나는 앞으로 누군가 “너는 왜 글을 쓰니?”라고 물어 온다면 “쓰고 싶으니까. 그게 다야”라고 말할 것이다.
대학에 입학한 뒤 ‘문장기초’라는 강의에 들어간 첫날, 교수님은 어째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지금 왜 글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을 과제로 주셨다.
그날 모든 강의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내내 고민해야 했다. ‘나는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나는 왜 글을 쓰고 있지?’, ‘나는 왜 문예창작과에 입학했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학교 바로 뒤에 있는 자취방에 도착한 뒤에도 명확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이 절반은 섞였을 리포트를 제출했다.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거짓이 없는 사실이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우연과 우연의 이어짐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별히 잘하는 것 없던, 지극히 평범했던 내가 글을 썼다는 이유로 갑자기 칭찬을 듣고, 주목을 받게 된다는 게 놀라웠다. 우쭐했던 것도 사실이다.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 내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곧 현실을 마주했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녔다. 재능이 뛰어난 것도, 열정이 넘쳐 문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어중간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두려웠다. 결국, 1학년 2학기를 겨우 마치고 휴학했다. 도망쳤다는 게 맞을 것 같다. 도망치고 나서도 마냥 편하진 않았다.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고, 원하는 것을 구입하는 생활도 몇 개월 지나자 감흥이 사라졌다. 전공책을 들고 지나가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도망’을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1년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많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처음 각오와 달리 점점 나태해졌고, 결국 또 어중간한 사람이 됐다. ‘졸업은 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학교를 다녔다. 그러다가 아동문학을 접하게 됐다. 아동문학 강의를 처음 듣던 날 흥미를 느꼈다. 더 나아가 청소년문학까지 관심을 두게 됐다. 이를 계기로 아동·청소년문학 소모임을 만들게 됐고, 소모임 회장을 맡았다.
아동 문학과 청소년 문학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작품을 써서 고쳐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첫 번째 동화집을 만들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뿌듯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 ‘해냈다’는 감정을 처음 느낀 순간이다. 불쑥 힘이 났다. 나도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됐구나…. 자신감이 생겨났다.
올해는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1년이다. 4학년이 됐고, 여전히 소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며칠 전 교수님은 다시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다시 고민해 봐. 4학년이 됐으니 조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지”라고 말씀했다. 반가웠다. 명확한 답을 찾아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답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길을 잃었고, 도망쳤고, 결국 다시 되돌아오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내가 속해 있는 소모임은 ‘바로찬글’이다. ‘바르고 옹골찬 글을 쓰다’라는 뜻이 좋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쓴 글이 바른 글로 보이길 바란다. 그 글을 읽고 힘을 내주길 바라게 됐다.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남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 글을 쓰던 때에 비하면 큰 발전이라고 본다. 나는 앞으로 누군가 “너는 왜 글을 쓰니?”라고 물어 온다면 “쓰고 싶으니까. 그게 다야”라고 말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