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시를 읽는 사람, 게다가 제 돈으로 시집을 사서 읽는 사람을 보는 것은 행운에 가까운 드문 일이다. 시를 읽는 사람은 뭔가 ‘이상한’ 사람이거나 특이한 사람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니 한 손으로 꼽을 만큼 몇 안 되는 유명 시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인들은 시를 쓰기 위해서 ‘알바’를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도 해마다 여러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시가 사라져 가는 세상에서도 시와 시인을 향한 열망은 왜 식지 않는 것일까?
여기서 말하는 시(詩)는 물론 문학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원래 문학은 시에서 시작되었다. 시의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특징은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언어로 표현된 모든 것이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의 흉내를 낸다는 것과 시라는 것은 다르다.
시가 설 자리를 자기계발서와 실용서로 채웠다고 해서 이 책들이 시를 대신할 수는 없다. 시는 질문을 던지고 고민할 것을 권하지만, 요즘 잘 팔리는 책들은 하나같이 걱정 말라는 저자 자신의 인생 사용 설명서일 뿐이다. 시로 돌아가자.
시가 언어를 통해서 표현되고 전달된다는 것은 시가 곧 소통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누구나 시를 각자의 눈과 감성으로 경험할 수도 있지만 시가 주는 여운과 울림을 서로 공감하고 공유할 때, 시는 소통의 공간이 된다.
이러한 소통의 과정은 우리에게 익숙한 현상의 ‘뒤집기’다. 시를 통해서 우리는 일상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의 이야기를 듣고 억압된 것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다. 그래서 시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어렵고 불편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위험천만한 것이다.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것이 곧 시의 본질이고 언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시의 본질은 언어로써 진리를 수립하는 것”이고, “언어는 그 본질에 있어서 시”라는 말을 남겼다. 곧 시는 진리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바로 여기에 시를 불편해 하고 경계하는 이유가 있다. 시에 대한 불편함이 어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사람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다. 그는 좋은 나라의 조건으로 시인의 추방을 꼽았다.
플라톤의 ‘시인 추방론’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이야기다. 플라톤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 국가, 즉 모두에게 좋은 나라는 시인이 필요 없다는 주장을 했다. 그 첫째 이유는 시는 진리를 말하지 않고 오히려 숨기는 ‘가상의 가상’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일시적인 가상이며, 진리의 이데아는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가 아니라 천상에나 존재한다.
그래서 현실은 한순간 지나가는 그림자일 뿐 진정한 삶이 아니다. 이 와중에 시인은 시를 쓴다는 명분으로 세상의 모방을 일삼고 이중의 ‘가짜’를 가지고 세상을 속인다는 것이다. 좀 더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플라톤에게 시인은 속물을 넘어서 가짜를 가지고 사기를 치는 사기꾼인 셈이다. 가짜가 판을 치면 진짜를 구별하기 어렵고 결국은 모든 것이 가짜가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그런 점에서는 플라톤의 생각을 아주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런 시가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을 현혹해서 잘못된 길로 이끈다는 것 때문이다. 플라톤의 국가에 필요한 사람은 이성의 빛으로 진리를 찾아가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게 하려면 감정을 잘 억제하고 현세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시는 세상 너머의 진리 대신, 현실 세계의 욕망과 감정에 휩쓸리는 삶을 이야기하고 가르치기 때문에 위험하고 불온하다고 본다. 시와 시인이 청년들을 망치게 놔두지 않기 위해서 ‘시를 추방한 것은 합당’하다는 것이다. 시인 추방론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발단은 현실의 삶을 헛된 그림자로, 천상의 세계를 참되고 영원한 세계로 나누는 것이다. 여기에서 통치자로서의 플라톤이야말로 냉철한 이성이 아닌, 권력의 욕망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한 번뿐인 ‘지금, 여기’의 삶을 무가치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한가? 이러한 이분법의 본질은 진리의 독점이다. 좋은 나라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독점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리를 혼자 결정하는 나라가 좋은 나라일 수 있는가? 진리는 혼자 결정해도 괜찮은 ‘점심 메뉴’가 아니다.
진리는 함께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진리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 진리는 혼자서 소유하는 것도, 상속되는 것도 아니고, 더 더욱 명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라 운영을 위한 진리라면 더욱 그렇다. 말을 막는 나라가 좋은 나라가 될 수는 없다. 시인의 추방은 소통의 단절로, 감정의 억압으로 결국 인간의 소외로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추방으로 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권력으로도 시를 향한 근원적인 마음까지 추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 읽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는 시와 소통의 언어 또한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인의 추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시를 읽고 시를 쓰는 세상에서 언어는 진실을 말하고, 삶은 흉내 내기가 아닌, 우리 자신의 삶이 될 것이다.
그래도 해마다 여러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시가 사라져 가는 세상에서도 시와 시인을 향한 열망은 왜 식지 않는 것일까?
시가 설 자리를 자기계발서와 실용서로 채웠다고 해서 이 책들이 시를 대신할 수는 없다. 시는 질문을 던지고 고민할 것을 권하지만, 요즘 잘 팔리는 책들은 하나같이 걱정 말라는 저자 자신의 인생 사용 설명서일 뿐이다. 시로 돌아가자.
시가 언어를 통해서 표현되고 전달된다는 것은 시가 곧 소통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누구나 시를 각자의 눈과 감성으로 경험할 수도 있지만 시가 주는 여운과 울림을 서로 공감하고 공유할 때, 시는 소통의 공간이 된다.
그래서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시의 본질은 언어로써 진리를 수립하는 것”이고, “언어는 그 본질에 있어서 시”라는 말을 남겼다. 곧 시는 진리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바로 여기에 시를 불편해 하고 경계하는 이유가 있다. 시에 대한 불편함이 어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사람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다. 그는 좋은 나라의 조건으로 시인의 추방을 꼽았다.
플라톤의 ‘시인 추방론’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이야기다. 플라톤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 국가, 즉 모두에게 좋은 나라는 시인이 필요 없다는 주장을 했다. 그 첫째 이유는 시는 진리를 말하지 않고 오히려 숨기는 ‘가상의 가상’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일시적인 가상이며, 진리의 이데아는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가 아니라 천상에나 존재한다.
그래서 현실은 한순간 지나가는 그림자일 뿐 진정한 삶이 아니다. 이 와중에 시인은 시를 쓴다는 명분으로 세상의 모방을 일삼고 이중의 ‘가짜’를 가지고 세상을 속인다는 것이다. 좀 더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플라톤에게 시인은 속물을 넘어서 가짜를 가지고 사기를 치는 사기꾼인 셈이다. 가짜가 판을 치면 진짜를 구별하기 어렵고 결국은 모든 것이 가짜가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그런 점에서는 플라톤의 생각을 아주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런 시가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을 현혹해서 잘못된 길로 이끈다는 것 때문이다. 플라톤의 국가에 필요한 사람은 이성의 빛으로 진리를 찾아가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게 하려면 감정을 잘 억제하고 현세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시는 세상 너머의 진리 대신, 현실 세계의 욕망과 감정에 휩쓸리는 삶을 이야기하고 가르치기 때문에 위험하고 불온하다고 본다. 시와 시인이 청년들을 망치게 놔두지 않기 위해서 ‘시를 추방한 것은 합당’하다는 것이다. 시인 추방론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발단은 현실의 삶을 헛된 그림자로, 천상의 세계를 참되고 영원한 세계로 나누는 것이다. 여기에서 통치자로서의 플라톤이야말로 냉철한 이성이 아닌, 권력의 욕망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한 번뿐인 ‘지금, 여기’의 삶을 무가치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한가? 이러한 이분법의 본질은 진리의 독점이다. 좋은 나라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독점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리를 혼자 결정하는 나라가 좋은 나라일 수 있는가? 진리는 혼자 결정해도 괜찮은 ‘점심 메뉴’가 아니다.
진리는 함께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진리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 진리는 혼자서 소유하는 것도, 상속되는 것도 아니고, 더 더욱 명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라 운영을 위한 진리라면 더욱 그렇다. 말을 막는 나라가 좋은 나라가 될 수는 없다. 시인의 추방은 소통의 단절로, 감정의 억압으로 결국 인간의 소외로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추방으로 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권력으로도 시를 향한 근원적인 마음까지 추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 읽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는 시와 소통의 언어 또한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인의 추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시를 읽고 시를 쓰는 세상에서 언어는 진실을 말하고, 삶은 흉내 내기가 아닌, 우리 자신의 삶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