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아지트 ③ 수완지구 동네책방 ‘숨’]
커피향 그윽한 우리동네 문화 사랑방
![]() 지난해 문을 연 ‘동네 책방 숨’의 안석·이진숙 부부는 책과 연애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을 꿈꾼다. |
모든 것은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됐다. 전국의 작은 동네 책방을 찾아 소개한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남해의 봄날). 광주 수완지구에서 북카페 ‘숨’과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던 안석·이진숙 부부는 전국 방방곡곡 책방을 소개한 책자에 광주·전남 지역이 한 곳도 없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출판사로 전화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은 지난 여름 가게 문을 닫고 책에 소개된 몇몇 책방들을 찾아 다녔다. 이전부터 ‘북카페’ 운영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던 터라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북카페 숨’은 ‘동네 책방 숨’이 됐다.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동네 서점은 맥을 못추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틈새에서 자신들만의 특색으로 무장한 작은 동네 책방들이 요즘 전국적으로 화제다. 아쉽게도 우리 지역에서는 이렇다할 동네 책방이 없었는데 ‘숨’이 이제 막 물꼬를 텄다. 안 씨 부부는 광주 곳곳에 작은 ‘동네 책방’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했다.
따뜻한 느낌의 나무로 꾸며진 ‘숨’은 아늑했다. 진한 커피향 냄새가 공간에 가득하다. 커피를 시키고, 책장 구경에 나섰다. 동네 책방에 놓인 책들은 결국 책방 주인의 ‘안목’이다. 공간이 한정된 터라 큰 서점처럼 ‘모든 책’을 다 들여놓을 수 없어 주인장의 ‘선택’을 받은 책들만 만날 수 있다. 서점 리스트를 살펴보는 건 그래서 흥미롭다. 내가 갖고 있는 책이 놓여 있을 때,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이 눈에 띌 때 반갑고, 행복하다.
‘숨’은 문학, 전라도 문화, 생태·환경, 마을·교육·공동체, 평화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 300∼500여종의 책을 갖추고 있다. 주인장이 고른 책을 기본으로, 책방을 다녀간 이들이 추천한 책이 합쳐져 ‘숨의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숨’에서 인상적인 곳은 ‘전라도 문화’ 코너다. 문학들, 다지리, 전라도 닷컴 등 지역 출판사들이 출판한 책들을 한 곳에 모아두었다. 박문종 작가의 ‘선술집 풍경’, 이원화 작가의 소설 ‘길을 묻다’가 반갑다. 계간지 ‘문학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안씨 부부는 “지역에서 발행되는 계간지가 10년됐다는 것도 놀랐고,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놀랐다”며 웃었다.
“책방을 준비하면서 자기 색깔을 갖춘 북리스트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역과 밀착된 이야기, 여기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소개하자 싶었죠. 또 지역 작가들과 지역 출판도 소개하고 싶었어요. 저희가 이곳 사람이 아니다 보니 지인들이 광주 여행을 올 때 ‘숨’을 찾곤하는데 그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코너 중 하나가 바로 전라도 문화 코너예요. 다른 책방에는 없으니까요.”
서울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 5년 전 광주로 내려온 안씨 부부는 북카페와 함께 작은 도서관도 운영해왔다. 1만여권이 비치된 도서관은 오랫동안 마을 주민들이 함께 책을 읽고 재능 기부 모임을 꾸리는 소통의 공간 역할을 해왔다. 마을과 교육 공동체에 관심이 많은 터라 ‘생태, 환경, 마을 공동체’ 관련 책들은 ‘숨’이 자랑하는 컬렉션이다.
또 세월호 관련 책자와 물품들을 따로 모아 놓은 공간도 눈에 띄며 지역에서 소소하게 활동하는 공예작가들이 만든 책갈피도 판매하는 등 이웃의 재능을 활용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서점 옆 작은 문을 밀고 들어가면 나타나는 서재는 ‘고(古)소한 책방’이다. ‘오래된 소중한 책방’이라는 뜻으로 예전 북카페에 있던 책을 2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또 도서관은 지금도 사전 예약을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제 문을 연 지 한달 남짓. 처음이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 책 판매가 그럭저럭 된다며 웃는 부부는 앞으로 지역 작가들과의 작은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볼 예정이다.
“사람들이 책방에 드나들고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함께 대화하고 경험을 나누다 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조금씩 삶의 태도나 방식도 바뀌어갈 거라 생각해요.”
책은 물론 정가로 판매한다. 구매액의 10%는 적립금 적립금으로 커피 등을 마실 수 있으며 책숨 독서카드를 완성하면 커피 한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숨’은 아이들은 추억을 만들고 어른들은 영혼을 돌보는 ‘우리 동네 작은 책방’을 지향한다.‘커피향 맡으며 책과 연애하는 곳’, ‘평안하고도 충만한 경험을 공유하는 곳’. 바로 ‘동네 책방 숨’이 꿈꾸는 공간이다.
문 여는 시간 낮12시∼밤9시(화∼토) www.bookcafesum.com. 문의 062-954-9420.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동네 서점은 맥을 못추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틈새에서 자신들만의 특색으로 무장한 작은 동네 책방들이 요즘 전국적으로 화제다. 아쉽게도 우리 지역에서는 이렇다할 동네 책방이 없었는데 ‘숨’이 이제 막 물꼬를 텄다. 안 씨 부부는 광주 곳곳에 작은 ‘동네 책방’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했다.
‘숨’은 문학, 전라도 문화, 생태·환경, 마을·교육·공동체, 평화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 300∼500여종의 책을 갖추고 있다. 주인장이 고른 책을 기본으로, 책방을 다녀간 이들이 추천한 책이 합쳐져 ‘숨의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숨’에서 인상적인 곳은 ‘전라도 문화’ 코너다. 문학들, 다지리, 전라도 닷컴 등 지역 출판사들이 출판한 책들을 한 곳에 모아두었다. 박문종 작가의 ‘선술집 풍경’, 이원화 작가의 소설 ‘길을 묻다’가 반갑다. 계간지 ‘문학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안씨 부부는 “지역에서 발행되는 계간지가 10년됐다는 것도 놀랐고,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놀랐다”며 웃었다.
“책방을 준비하면서 자기 색깔을 갖춘 북리스트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역과 밀착된 이야기, 여기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소개하자 싶었죠. 또 지역 작가들과 지역 출판도 소개하고 싶었어요. 저희가 이곳 사람이 아니다 보니 지인들이 광주 여행을 올 때 ‘숨’을 찾곤하는데 그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코너 중 하나가 바로 전라도 문화 코너예요. 다른 책방에는 없으니까요.”
서울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 5년 전 광주로 내려온 안씨 부부는 북카페와 함께 작은 도서관도 운영해왔다. 1만여권이 비치된 도서관은 오랫동안 마을 주민들이 함께 책을 읽고 재능 기부 모임을 꾸리는 소통의 공간 역할을 해왔다. 마을과 교육 공동체에 관심이 많은 터라 ‘생태, 환경, 마을 공동체’ 관련 책들은 ‘숨’이 자랑하는 컬렉션이다.
또 세월호 관련 책자와 물품들을 따로 모아 놓은 공간도 눈에 띄며 지역에서 소소하게 활동하는 공예작가들이 만든 책갈피도 판매하는 등 이웃의 재능을 활용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서점 옆 작은 문을 밀고 들어가면 나타나는 서재는 ‘고(古)소한 책방’이다. ‘오래된 소중한 책방’이라는 뜻으로 예전 북카페에 있던 책을 2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또 도서관은 지금도 사전 예약을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제 문을 연 지 한달 남짓. 처음이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 책 판매가 그럭저럭 된다며 웃는 부부는 앞으로 지역 작가들과의 작은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볼 예정이다.
“사람들이 책방에 드나들고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함께 대화하고 경험을 나누다 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조금씩 삶의 태도나 방식도 바뀌어갈 거라 생각해요.”
책은 물론 정가로 판매한다. 구매액의 10%는 적립금 적립금으로 커피 등을 마실 수 있으며 책숨 독서카드를 완성하면 커피 한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숨’은 아이들은 추억을 만들고 어른들은 영혼을 돌보는 ‘우리 동네 작은 책방’을 지향한다.‘커피향 맡으며 책과 연애하는 곳’, ‘평안하고도 충만한 경험을 공유하는 곳’. 바로 ‘동네 책방 숨’이 꿈꾸는 공간이다.
문 여는 시간 낮12시∼밤9시(화∼토) www.bookcafesum.com. 문의 062-954-9420.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