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년 세명 중 한명은 빚더미에 앉아 있다. ‘학자금대출’, ‘취업난’, ‘3포 세대’ 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공계열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취업에 성공해 돈 걱정 크게 없이 잘 먹고 잘살고 있는 이들 모두 사실은 빚더미에 앉아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큰 투자가에게 말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은 이공계 발전과 인재 양성이라는 전략으로 매년 무수한 예산을 직간접적으로 쏟았다. 단편적으로는 이공계장학금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 웬만한 고등 교육기관에서는 고가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큰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수많은 세계 유명 과학 학술지를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

이 밖에 국·공립·기업연구소에서 해마다 과학기술 연구 개발을 위해 투자한 수조 원의 사회적 간접 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이공계열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알고 보면 모두 국가가 예산을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다. 선진국들과 비교해 이공계 발전을 위한 처우가 더 나아져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지난 수십 년간 개선되어 온 이공계열의 특혜는 앞으로 개선될 사소한 부분 보다는 훨씬 더 크다. 이렇게 큰 사회적 비용을 만약 다른 곳에 투자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인문계열 학생들이 역차별을 주장하더라도 이공계 학생들은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면, 이공계열에 이렇게 큰 혜택을 주고 있는 우리나라는 과연 수익성 높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여러 전문가의 다양한 분석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나의 분석은 처참한 실패라고 본다. 이러한 나의 분석은 대다수의 이공계열 청년들이 기성세대가 피땀 흘려 노력해 일군 ‘대기업’이라는 환경에 그저 숟가락만 얹으려고만 한다는 것에서 나왔다. 극단적으로 이공계열 청년들은 이미 짜여 있는 시스템 속에서 하나의 부품으로 살아가며, 본인의 잠재적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성세대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은 이공계 청년들이 그들보다 더 훌륭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수학적으로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론적인 계산 값과 실제 결과는 다르다. 이 투자가 처참한 이유다.

‘Made in china’라고 하면 조롱받던 시대가 지났다. 중국은 어느덧, 대륙의 실수 ‘샤오미’, 드론 시장을 꽉 잡은 ‘DJI’ 등의 몇 개의 기업들만으로 국가의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게 됐다. 소수 기술창업이 성공으로 이어져 국가의 위상까지 높인 좋은 예다. 과거 경제 부흥을 이끌던 제조업의 열세와 ‘미래의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기술력의 부재로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은 수년째 멈춰있다. ‘삼성’은 ‘애플’을 뒤쫓기 바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쥐어짜 처음부터 다시 달려나가기엔 이미 많이 늙었다. 바로 이때를 위해 대한민국은 수십 년간 막대한 투자를 해온 것이다.

이제는 이공계 청년들이 나설 때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오랫동안 특수한 교육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바로 기술 창업으로 말이다. 이공계열 청년들은 과학적 지식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곁들여 성공적인 기술 창업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가졌다. 이러한 성공은 분명 우리나라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고 다시 한 번에 국가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과학 인재 1명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이공계열 청년이라면 오늘 밤 자기 전에 본인에게 투자된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냉정하게 계산해보길 바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러기에 우리나라 과학 인재들은 국가에 진 빚을 갚아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 상환 방법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앞서 말했듯 기술 창업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차세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삼성’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라는 투자가의 선택이 결코 처절하게 실패한 것이 아니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