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는 ‘땡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보직’이라는 뜻인데요. 군에서 좋은 병과에 배치가 되어 편하게 군복무를 하는 자리라는 뜻으로 약간 비아냥이 섞인 어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런 땡보라는 단어의 상징적 보직이 PX병입니다. PX병은 매점의 물건을 판매하고 관리하는 병사를 말하는데, 일반적인 군인들이 고된 훈련을 받고 고생을 할 때 실내에서 물건을 판다고 해서 대표적인 꿀보직으로 통합니다.

하지만, 제가 PX병으로 전역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속사정은 그렇지 않더군요. 자세히 이야기를 들을수록 고충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물론 서로를 비교한다면 전투병과의 보직을 가진 군인이 더 고생했을 수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느끼는 고통과 괴로움의 정도는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군대에선 어떤 땡보도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이 근무하는 곳이 가장 어려운 곳일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합니다. 나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사람, 나보다 더 유명하고 인정받는 사람,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 나보다 똑똑한 사람, 내가 저것만 가졌다면, 저런 능력만 있었다면, 저렇게 성공한다면, 이렇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며 삶의 많은 시간을 소비하곤 합니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그 사람도 한걸음 다가가서 보면 희로애락을 똑같이 느끼고 있는 한 사람의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군대에서 어떤 좋은 보직도 없듯 인생도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쉽지 않습니다. 늘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 개그맨도, 돈이 많아 하고싶은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업의 CEO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서있는 정치인들에게도 생로병사라는 인간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고통이 있고, 삶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인생이 가장 어렵고 풀기 힘든 문제가 아닐까요.

어느 순간 세상에서 내 인생만이 가장 괴롭고 고난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마음속 깊이 삶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한데 나만 불행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쉽지 않습니다. 나보다 조금 나을지는 모르지만 인생에서 느끼는 본질적인 문제들의 풀이에는 쉬운 것이 없습니다.

전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답답할 때면 집주변을 산책합니다. 물론 주위에 산이 있고, 강이 있는 운치 있는 자연이면 더 좋겠지만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아파트 길을 산책합니다. 늦은 밤 제법 조용한 아파트에는 사람들의 사연이 차곡하게 쌓여 있습니다. 울고 웃으며 자신의 쉽지 않은 인생을 풀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그 수많은 사연들이 얽히고 설켜서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누구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내 삶이기 때문에, 오직 나에게만 주어진 나의 인생이기에 그 속에서 작은 기쁨과 작은 희망들을 마음에 담으며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