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우리 사회는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변했을까요? 한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려면, 그 전에 유사한 29번의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고 300번의 이상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인리히 법칙’이지요.
사람들은 트라우마와 관련 있는 장소를 피하려고 합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겪은 사람이 지하철을 타지 않으려 하거나, 성수대교 붕괴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다리를 지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심해지면 어떤 냄새, 건물, 상징에 반응하는 ‘회피 행동의 일반화’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트라우마 치료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회피 현상에 대한 접근입니다. 하지만 내적인 치유력 없이 ‘사건 장소 찾아가기’는 치료 효과를 얻기보다 상처를 악화시킬 뿐이지요. 트라우마 생존자가 트라우마의 장소에 머무는 데 성공하면, 트라우마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트라우마를 입은 개개인이 그것을 극복할 것인지 아니면 거기서 헤어나지 못할 것인지 가름하는 것은 그 참사를 대하는 공동체나 사회의 태도입니다. 불행에 대한 연대감과 고통에 대한 공감이 그 열쇠지요. 세월호 피해자들은 진실을 알 권리, 정의를 실현할 권리,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 정당한 권리에 대해 일베의 ‘어묵’이나 일부 정치권의 ‘세금 도둑’ 등 비하하는 표현은 끊임없이 ‘2차 외상’을 입히는 행위입니다. 피해자들을 다시금 깊은 절망 속으로 빠뜨리는 것입니다.
독일의 ‘에쉐대역 열차사고’를 생각해 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최악의 참사로 꼽히는 1998년 에쉐대 열차사고는 101명의 희생자를 낳았습니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기차 바퀴 도입에서 시작된 참사였습니다.
유가족들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철도청을 상대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재판을 진행합니다. 유가족들은 더 이상 기차역에 가지 못했고 기차나 전철을 타지 못했습니다. 역 근처 추모장소를 방문하는 것조차 두려워했습니다.
하노버의대 등의 정신과의사와 심리학자들은 사고 직후부터 생존자와 유가족을 그룹으로 묶어서 3년간 심리치료를 진행했습니다. 구조 담당자, 의사, 변호사, 언론인을 포함해 참사의 교훈을 기억하려는 독일 시민사회의 노력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게 15년이 지났고, 마침내 독일 철도청으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에쉐데 사고의 교훈은 독일 사회의 안전의식과 시스템을 지탱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심리 전문가가 이끄는 상담을 통해 트라우마의 경험과 슬픔에서 조금씩 벗어 날 수 있었던 유가족들. 마침내 ‘에쉐대로의 치유여행’을 떠납니다. 딸을 잃은 한 유가족은 딸이 앉았던 열차와 같은 차량번호, 같은 좌석 번호에 앉아서 고통스런 기억 그리고 아픈 현실과 힘겹게 싸웁니다.
에쉐대역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온 힘을 다해 시를 낭송하고 개인적인 메시지를 담아 헌화한 뒤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풍등에 담아 하늘로 날립니다. 에쉐대역에서 유족들은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의 눈물이지만, 계속되는 삶에 대한 희망이 어우러진 눈물일 테지요.
유족들은 얘기했습니다. “추모지에서 보낸 날과 그 뒤 함께 보낸 시간은 슬프면서도 행복했어요.” 고통의 기억을 당당하게 직면하는 경험 속에서 트라우마의 장소와 두려운 기억이 따뜻한 행복으로 바뀌게 됩니다. ‘에쉐대로의 치유여행’은 사회적 트라우마를 극복한 시금석입니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상상해 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못다 한 수학여행을 마치기 위해 우리가 함께 배를 타고 떠나는 ‘제주도로 치유여행’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치유여행 - 사건 장소 찾아가기’는 충분한 사전 치료가 전제되어야만 합니다.
세월호 같은 ‘집단 트라우마’는 개인을 너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공동체적이고 사회적인 치유가 필수 불가결합니다. 그 사회적 치유 위에 유가족과 생존자를 위한 개인 치료, 그리고 상처 입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공동체적 치유가 더해져야 합니다.
전 사회적 지지 속에 치유의 힘으로 성장한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못다 한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비로소 세월호 참사는 치유의 첫 장을 넘기게 될 것입니다. 그 못다 한 수학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까요? “자신 안에 무너뜨릴 수 없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겨울 한가운데에서 알았다”는 까뮈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그 날을 떠올려 봅니다.
다시,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오늘 밤 저는, 바람에 날리는 벚꽃에도 까르르 웃음 터뜨렸을 ‘단원 고딩’들하고 수학여행 떠나는 꿈을 꿀 것입니다.
사람들은 트라우마와 관련 있는 장소를 피하려고 합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겪은 사람이 지하철을 타지 않으려 하거나, 성수대교 붕괴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다리를 지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심해지면 어떤 냄새, 건물, 상징에 반응하는 ‘회피 행동의 일반화’가 생겨납니다.
트라우마를 입은 개개인이 그것을 극복할 것인지 아니면 거기서 헤어나지 못할 것인지 가름하는 것은 그 참사를 대하는 공동체나 사회의 태도입니다. 불행에 대한 연대감과 고통에 대한 공감이 그 열쇠지요. 세월호 피해자들은 진실을 알 권리, 정의를 실현할 권리,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 정당한 권리에 대해 일베의 ‘어묵’이나 일부 정치권의 ‘세금 도둑’ 등 비하하는 표현은 끊임없이 ‘2차 외상’을 입히는 행위입니다. 피해자들을 다시금 깊은 절망 속으로 빠뜨리는 것입니다.
유가족들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철도청을 상대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재판을 진행합니다. 유가족들은 더 이상 기차역에 가지 못했고 기차나 전철을 타지 못했습니다. 역 근처 추모장소를 방문하는 것조차 두려워했습니다.
하노버의대 등의 정신과의사와 심리학자들은 사고 직후부터 생존자와 유가족을 그룹으로 묶어서 3년간 심리치료를 진행했습니다. 구조 담당자, 의사, 변호사, 언론인을 포함해 참사의 교훈을 기억하려는 독일 시민사회의 노력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게 15년이 지났고, 마침내 독일 철도청으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에쉐데 사고의 교훈은 독일 사회의 안전의식과 시스템을 지탱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심리 전문가가 이끄는 상담을 통해 트라우마의 경험과 슬픔에서 조금씩 벗어 날 수 있었던 유가족들. 마침내 ‘에쉐대로의 치유여행’을 떠납니다. 딸을 잃은 한 유가족은 딸이 앉았던 열차와 같은 차량번호, 같은 좌석 번호에 앉아서 고통스런 기억 그리고 아픈 현실과 힘겹게 싸웁니다.
에쉐대역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온 힘을 다해 시를 낭송하고 개인적인 메시지를 담아 헌화한 뒤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풍등에 담아 하늘로 날립니다. 에쉐대역에서 유족들은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의 눈물이지만, 계속되는 삶에 대한 희망이 어우러진 눈물일 테지요.
유족들은 얘기했습니다. “추모지에서 보낸 날과 그 뒤 함께 보낸 시간은 슬프면서도 행복했어요.” 고통의 기억을 당당하게 직면하는 경험 속에서 트라우마의 장소와 두려운 기억이 따뜻한 행복으로 바뀌게 됩니다. ‘에쉐대로의 치유여행’은 사회적 트라우마를 극복한 시금석입니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상상해 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못다 한 수학여행을 마치기 위해 우리가 함께 배를 타고 떠나는 ‘제주도로 치유여행’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치유여행 - 사건 장소 찾아가기’는 충분한 사전 치료가 전제되어야만 합니다.
세월호 같은 ‘집단 트라우마’는 개인을 너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공동체적이고 사회적인 치유가 필수 불가결합니다. 그 사회적 치유 위에 유가족과 생존자를 위한 개인 치료, 그리고 상처 입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공동체적 치유가 더해져야 합니다.
전 사회적 지지 속에 치유의 힘으로 성장한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못다 한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비로소 세월호 참사는 치유의 첫 장을 넘기게 될 것입니다. 그 못다 한 수학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까요? “자신 안에 무너뜨릴 수 없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겨울 한가운데에서 알았다”는 까뮈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그 날을 떠올려 봅니다.
다시,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오늘 밤 저는, 바람에 날리는 벚꽃에도 까르르 웃음 터뜨렸을 ‘단원 고딩’들하고 수학여행 떠나는 꿈을 꿀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