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15살 소년이 죽었다.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2013년 6월 16일, 이스탄불 집 근처에서 빵을 사러가던 소년 엘반이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다. 269일간 의식불명 상태로 사투를 벌이던 엘반은 지난 3월 12일 그만 죽고 말았다. 엘반의 죽음으로 터키 민주화 시위는 더욱 불이 붙었고, 한국의 언론들은 ‘터키판 이한열’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삼은 것은 그 최루탄의 생산지였다. 엘반의 머리를 때린 최루탄은 DK-N500 모델로, ‘CNO TECH(테크)’라는 상표가 붙어있었다. 경북 문경에 있는 대광화공이 제조하여 터키에 수출한 것이다.
한국산 최루탄이 중동지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은 터키에 40만 발을, 인구 120만 명에 불과한 바레인엔 150만 발 이상의 최루탄을 수출했다. 바레인정부는 한국산 최루탄을 사용하여 민주화를 요구하는 자국민을 탄압했다. 39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한다. 과거 군사독재시절 금남로, 충장로 거리를 뿌옇게 뒤덮었던 최루탄이 터키, 바레인에서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는 무기로 ‘MADE IN KOREA’의 ‘우수한 성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인권재판소는 2012년 4월 ‘최루가스 사용은 고문’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터키 경찰이 2004년 시위에 참가한 이들의 얼굴에 대고 최루가스를 발사한 사건에 대한 결정이었는데, 재판소는 터키 정부가 유럽인권협약 제3조(고문 및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처우 및 처벌 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1만1500유로를 배상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요컨대 최루가스의 사용이 고문의 일종이라는 의미다.
유럽 인권재판소에 따르면 최루가스는 호흡기 곤란, 구역질, 가슴통증, 알러지 등 인체에 심각한 문제들을 유발하여 강력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미치는 잠재적 위험물질로 밀폐된 공간에서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열린 공간의 경우도 예외적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며 엄격한 제약이 따른다.
최루탄을 사용하는 공간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최루가스에 노출된 사람은 바로 의사의 응급조치와 최루가스 해독제를 제공받을 수 있는 조건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최루탄 ’CS가스’를 전략물자로 분류하고 있다. 수출할 때는 방위사업청 승인이 필요하다. 그만큼 위험한 물질이라는 뜻이다. 최루가스는 일종의 화학무기다. 군중 통제의 방법으로 합리화되어 왔으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시위해산 목적이 아니라 사람을 향해 쏘아대는 최루탄은 사실상의 살상무기다.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서 최루탄은 언제나 중심적인 자리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년, 눈에 최루탄이 박힌 끔직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던 남원 출신 마산상고 김주열군이 4월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고, 시위 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화순 출신 연세대생 이한열은 6월 항쟁의 상징이 되었다.
AP 선정 20세기 100대 사진에 포함된, 한국 민주화의 상징적인 사진은 “최루탄을 쏘지 마라”고 외치며 웃옷을 벗은 한 시민이 다탄두최루탄을 발사하는 경찰에게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민주주의를 피워낸 촉매제가 되었던 최루탄은 민주정부에 의해 사용이 자제되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부터 다시 등장했고 이제는 외국까지 수출돼서 사용되고 있다. 최루가스 재등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장과 위기, 그 역사와 함께 하는 상징인 것이다.
한국의 인권단체들은 “인권침해에 쓰이는 무기 수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무기거래조약 7조는 국제인권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무기 수출을 금하고 있다. 바레인과 터키처럼 인명을 살상한 데 사용된 최루가스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산 최루탄이 계속 사용되면 국제적으로 ‘한국은 폭력진압 장비를 수출하는 국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국제 NGO ‘바레인워치’ 빌 마크작은 “미국에서 한국에 대해 묻는다면 현대차나 삼성핸드폰의 성능, 강남스타일을 이야기하겠지만, 바레인에서 같은 질문을 한다면 한국산 최루탄 더미나 한국산 최루탄에 맞아 다친 사람에 대해 얘기할 것이고, 이는 터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루탄이 없는 세상, 그것은 또다른 한열이와 엘반이 나오지 않는 세계일 것이다. 최루탄을 수출하지 않는 세상, 그것은 인권과 민주주의가 더 많이 보장된 사회일 것이다.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다.
하지만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삼은 것은 그 최루탄의 생산지였다. 엘반의 머리를 때린 최루탄은 DK-N500 모델로, ‘CNO TECH(테크)’라는 상표가 붙어있었다. 경북 문경에 있는 대광화공이 제조하여 터키에 수출한 것이다.
유럽 인권재판소는 2012년 4월 ‘최루가스 사용은 고문’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터키 경찰이 2004년 시위에 참가한 이들의 얼굴에 대고 최루가스를 발사한 사건에 대한 결정이었는데, 재판소는 터키 정부가 유럽인권협약 제3조(고문 및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처우 및 처벌 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1만1500유로를 배상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요컨대 최루가스의 사용이 고문의 일종이라는 의미다.
최루탄을 사용하는 공간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최루가스에 노출된 사람은 바로 의사의 응급조치와 최루가스 해독제를 제공받을 수 있는 조건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최루탄 ’CS가스’를 전략물자로 분류하고 있다. 수출할 때는 방위사업청 승인이 필요하다. 그만큼 위험한 물질이라는 뜻이다. 최루가스는 일종의 화학무기다. 군중 통제의 방법으로 합리화되어 왔으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시위해산 목적이 아니라 사람을 향해 쏘아대는 최루탄은 사실상의 살상무기다.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서 최루탄은 언제나 중심적인 자리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년, 눈에 최루탄이 박힌 끔직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던 남원 출신 마산상고 김주열군이 4월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고, 시위 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화순 출신 연세대생 이한열은 6월 항쟁의 상징이 되었다.
AP 선정 20세기 100대 사진에 포함된, 한국 민주화의 상징적인 사진은 “최루탄을 쏘지 마라”고 외치며 웃옷을 벗은 한 시민이 다탄두최루탄을 발사하는 경찰에게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민주주의를 피워낸 촉매제가 되었던 최루탄은 민주정부에 의해 사용이 자제되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부터 다시 등장했고 이제는 외국까지 수출돼서 사용되고 있다. 최루가스 재등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장과 위기, 그 역사와 함께 하는 상징인 것이다.
한국의 인권단체들은 “인권침해에 쓰이는 무기 수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무기거래조약 7조는 국제인권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무기 수출을 금하고 있다. 바레인과 터키처럼 인명을 살상한 데 사용된 최루가스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산 최루탄이 계속 사용되면 국제적으로 ‘한국은 폭력진압 장비를 수출하는 국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국제 NGO ‘바레인워치’ 빌 마크작은 “미국에서 한국에 대해 묻는다면 현대차나 삼성핸드폰의 성능, 강남스타일을 이야기하겠지만, 바레인에서 같은 질문을 한다면 한국산 최루탄 더미나 한국산 최루탄에 맞아 다친 사람에 대해 얘기할 것이고, 이는 터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루탄이 없는 세상, 그것은 또다른 한열이와 엘반이 나오지 않는 세계일 것이다. 최루탄을 수출하지 않는 세상, 그것은 인권과 민주주의가 더 많이 보장된 사회일 것이다.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