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째 주 금요일 저녁, 뉴욕 맨하튼 5번가에 위치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퍼스트 프라이데이 콘서트(first friday concert·금요콘서트) 때문이다.

‘Art After Dark’라는 주제로 열리는 금요콘서트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간판프로그램 중 하나. 지난 2005년 첫선을 보인 이 콘서트는 DJ, 록, 재즈, 와인, 그리고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미술관=전시장’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금요콘서트의 가장 큰 매력은 ‘열린 음악회’라는 점이다. 미술관 회원이나 뉴요커는 물론 기자와 같은 이방인도 25달러만 내면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시카고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는 매년 여름 ‘특별한 캠프’를 연다.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엘더호스텔(Elderhostel)’이다. 참가비가 1인당 100만 원선이지만 제법 인기가 많다. 미술관 홈페이지에 안내문이 올라오기 무섭게 어르신들의 폭풍 클릭이 이어진다.

엘더호스텔의 주무대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의 전시장. 숙소는 미술관 인근에 마련된 유스호스텔이다. 이들은 5박6일 동안 미술관에서 거장들의 작품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미술에 문외한이었던 노인들은 이곳에서 ‘눈이 떠지는’ 황홀한 체험을 한다.

이처럼 미국인들의 문화향유는 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미국 미술관 협회가 발표한 자료(2009년)에 따르면 미술관은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넘버 3 여행지’다. 하루 평균 230만 명이 미술관으로 문화나들이를 떠난다.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했다. 지난달 29일 첫 시행된 ‘문화가 있는 날’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의 핵심사업. 모든 국민이 미술관·영화관 등 문화시설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밤 8∼10시까지 무료 또는 할인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지역에서도 광주시립미술관, 민속박물관 등 16개 기관이 참여한다. 평소 퇴근이 늦어 문화생활과 담을 쌓아야 했던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반가운 뉴스다.

하지만, ‘문화가 있는 날’이 정착되려면 시민들과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다. 특히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직장인들이 야간근무나 회식에서 자유로워지도록 사회적 인식과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들 즐기는 사람이 없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러니 이제 마지막 수요일 저녁만큼은 가족들을 위해서 비워두자.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