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가는 취업 시즌이다. 보다 좋은 업체에 더 많은 졸업생이 취업하기 위하여 학생과 대학은 전력을 다하고 있다. 취업처 가운데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은 수년 째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매출이 가장 많은 기업이기도 한데, 3급(대졸 수준) 신입 채용은 삼성그룹 단위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상·하반기로 나누어 대규모 공개 채용을 실시하며, 지원자는 해외여행 결격사유나 병역기피 사실이 없어야 한다. 1차 전형은 서류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적성검사(SSAT)를 실시한다. 이를 통과하면 실무자 면접과 임원진 면접을 보아 3차 합격자를 선정한다.

이후 신체검사를 통하여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데, 2013년 하반기 채용 인원은 삼성그룹 전체에서 1만1500명 수준이다. 3급 신입 공채에서 대졸 학력을 반드시 요구하지 않으나, 대학 졸업장이 없이 합격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매출 규모가 큰 현대자동차도 그룹 단위로 대졸자를 선발한다. 응시자는 4년제 정규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이고,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 또한 최근 2년 이내 영어시험 성적을 보유하거나 해외 대학 졸업자로, 남자는 병역을 마쳤거나 면제된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하다.

올해 하반기부터 현대인적성검사(HMAT)를 실시한다. 전형단계는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1차 면접, 2차 면접, 신체검사인데, 2013년 하반기에 채용하고자 하는 인원은 3760명 내외다. 다른 기업집단이나 중견기업도 유사한 방식으로 대학 졸업자를 선발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지만, 기업은 채용된 인력이 만족스러운 직무능력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대졸 신규 채용자를 대상으로 기업에서 상당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도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한편 취업에 성공한 대학생도 기업이 부여하는 직무내용이나 근무여건 등에 전반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입사한 대학 졸업자의 75% 정도가 2년 이내에 회사를 그만두고 있기 때문이다.

매우 높은 경쟁을 통과하여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였지만, 다수가 일자리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 기업의 채용방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기업의 채용과정을 보면 학력(學歷) 등 스펙이 좋고(서류전형), 인지능력이 우수하며(필답고사), 똑똑해 보이고 말도 잘하는(면접전형) 인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런데 채용 후 수행해야 할 구체적인 직무가 채용과정에 거의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취업자가 주어진 일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학이 교육과정을 통하여 학생들의 취업을 도와줄 여지도 많지 않은 듯하다. 미국은 어떤가? 포춘이 발표한 미국 1위 기업인 소매업체 월마트는 2013년 회계연도에 220만 명의 임직원이 삼성전자의 2.6배인 466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거대기업인 월마트가 졸업 시기에 맞추어 집단적인 공개 채용으로 대학 졸업자를 몇 명이나 채용했을까? 정답은 0명이다. 집단 채용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구의 기업들은 집단 채용을 대신하여 일의 성격에 따라 개별 채용을 실시한다. 매우 세부적인 직무 내용에 맞추어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학력과 경력을 가진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다.

채용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해당 직무수행능력이기 때문에 취업 후 추가로 요구되는 교육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대학에서도 졸업생의 취업 경향에 맞추어 교육과정을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채용방식을 사람(스펙)이 아니라, 일(직무)을 중심으로 보는 서구식으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 이것이 대졸 청년층의 일자리 적응도를 높이고, 대학교육과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제도적인 장치들이 하루 빨리 도입되고 확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