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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문학관
2013년 05월 14일(화) 00:00
광주에는 문학관이 없다. 서울에 7개, 경기·강원에 6개를 포함 전국에 문학관만 58곳이 있다. 추진 중인 곳까지 감안하면 70곳이 넘는다.

문학관이 없는 광주에, 내로라하는 문학인은 많다. 문학적 용어로 아이러니다. 현대문학의 대표적 시인인 ‘나두야 간다’의 박용철은 광산구 소촌동이 고향이다. 김현승은 비록 출생지는 평양이지만 숭일소학교를 다녔고, 양림동의 언덕과 무등산을 바라보며 시심을 키웠다.

‘사평역’의 곽재구, ‘전라도’의 이성부의 고향도 광주다. 이들 시인 외에도 송기숙, 문순태, 한승원, 이승우, 공선옥은 광주 정서를 소설로 형상화한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이렇듯 한국 문학사에서 광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가볍지 않다. 광주가 예향, 의향, 미향이지만, 사실은 문향(文鄕)이기도 하다. 문화수도 토대에 문학도 중요한 디딤돌이 되어야 하고, 그 역량이 이를 담아낼 수 있는 문학관으로 집결돼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러나 광주시에서 추진 중인 ‘빛고을 문학관’ 건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논란은 과연 시가 문화수도를 감당할 행정력을 구비했는지 의문스럽다. 특히 추진위에서 선정한 부지 선정과 관련, 단 한 차례도 공청회가 열리지 않은데다 추진위 명단이 공개된 상태에서 부지를 공모한 점 등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추진위원 면면을 봐도 중심이 되어야 할 문학계 인사는 많지 않다. 시는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각계 인사를 위촉했다지만, 일반 시민들이 알 수 있는 문학인은 거의 없다.

여기에 황하택 추진위원장의 갈짓자 행보도 추진위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후보지로 선정된 명성예식장 소유자에게 수십억원을 기증하도록 요구하는가 하면, 2순위 후보지를 지지하는 기고를 일간지에 싣기도 했다.

또 당초 추진위에 참여, 의견을 제시해달라는 시의 권유를 받고도 소극적이었던 광주전남작가회의 측의 행보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문화의 기본은 문학이다. 서사와 감성이라는 문학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본의 논리에 묻혀 문학이 홀대받는 상황에서 문학관 건립을 두고 벌어지는 볼썽사나운 행태는 문화수도 광주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이런 난맥상을 두고도 시가 행정절차를 이유로 작금의 상황을 고수한다면 그것은 ‘당신들의 문학관’이지 우리들의, 광주 시민의 문학관은 아닐 것이다.

/박성천 문화2부 차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