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종덕(75) 충무아트홀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중구 흥인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지난 2005년 10월 개관부터 임기 6년동안 성남아트센터를 이끌었던 이 대표는 잠시 휴식기를 가질 틈도 없이 중구청장의 끈질긴 러브콜끝에 충무아트홀로 자리를 옮겼다. 충무아트홀은 서울시 중구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의 책상 뒤에 내걸린 커다란 흑백 발사진이 눈에 띄었다. 여기 저기 상처투성이인 데다 기형적인 모양이 아름다운 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씨였다. 그가 강씨의 발 사진을 사무실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이유는 예술가의 뜨거운 열정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 2009년 성남문화재단이 주최한 국제무용제의 개막공연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그는 수많은 연습과 공연으로 ‘못난이’가 된 강씨의 발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자신의 볼품없는 두 발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며 찬사를 보내준 이 대표에게 강씨는 사진을 선물했다. 이 대표는 굳은 살과 굵어진 뼈마디가 안쓰러운 강씨의 발을 보면서 예술가를 위해 문화재단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런 그의 남다른 면모는 50여 년 동안 예술현장에서 쌓은 역량의 산물이다.

지난 1963년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을 시작으로 문화와 인연을 맺은 그는 예술의 전당 사장,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거치는 동안 ‘예술행정의 달인’이란 명성을 얻었다.

자율성과 창조성을 문화재단의 최우선 가치로 삼은 그의 리더십으로 성남아트센터는 서울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과 더불어 수도권의 ‘빅3 공연장’으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사랑방 문화클럽’은 성남문화재단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이다. ‘시민이 행복한 문화공동체’를 내건 사랑방클럽은 지역의 1천 여개 아마추어 문화클럽이 자유롭게 교류하도록 ‘중매’역할을 한다. 지난해 문광부로부터 지역문화 브랜드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시민문화활동의 새로운 모델로 떠올랐다.

최근 공석중인 광주문화재단(이하 재단) 사무처장에 김 성(전 의재문화재단 감사)씨가 선임됐다. 재단의 사무처장은 지역문화발전과 시민의 문화행복을 위한 정책을 이끌 막중한 자리다.

새 사무처장은 재단 위상 뿐 아니라 광주의 문화발전을 위해서 그동안 쌓은 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성남의 ‘사랑방 문화클럽’을 뛰어넘는 광주문화재단의 ‘히트작’을 기대한다.

〈편집부국장겸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