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박근혜 정부’ 출범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박 당선인의 제18대 대통령 취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헌정 사상 첫 여성 국가수반이자 과반 득표를 이뤄낸 첫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국민의 기대도 크다. 대선기간 내내 ‘100% 대한민국’을 강조하며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한 동서화합과 국민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한 약속을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국민대통합은 인사탕평과 지역균형발전에서 시작된다고 역설했다. 당선 직후 ‘호남총리론’이 급부상하며 언론의 하마평에 유력 호남인사들의 이름이 수도 없이 오르내린 까닭이다.

하지만 총리와 장관 인선 결과는 ‘대탕평’이나 ‘호남 중용’과는 거리가 멀다. 내정자 18명 가운데 서울 출신은 7명, 영남 출신은 5명인데 반해 호남 인맥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2명 뿐이다. 그나마 두 사람은 부친의 고향이 호남일 뿐 서울에서 줄곧 생활해온 탓에 ‘호남 출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역대 정권의 첫 조각에서 호남 출신 장관은 김영삼 정부 6명, 김대중 정부 5명, 노무현 정부 4명, 이명박 정부 2명 등이었던 점과 비교할 때 박근혜 정부의 호남 인사 등용은 사실상 최악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3실장 9수석’ 체제인 청와대 인선에서 다소 보완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비서실장 등 힘있는 자리에는 영남 우대, 호남은 ‘구색 맞추기’라는 인상이 짙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 정부 출범 이후 광주·전남과 중앙정부간 채널 단절과 소통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하면 이명박 정부 5년간 내내 겪어야했던 호남 소외가 대물림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박 당선인이 대통합의 또 다른 핵심으로 꼽은 지역균형발전도 출발이 좋지 않다. 낙후된 광주·전남의 발전을 위해서는 14개 지역공약의 차질없는 실천이 필수적이지만 의료·복지공약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어서 상당수가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온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강력한 예산 구조조정에 나서고, 예비타당성 조사도 강화하기로 하면서 SOC를 비롯한 광주·전남의 주요 현안 사업들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박 당선인은 대선기간 중 “호남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지역민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광주·전남선대위 발대식에서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호남은 희망의 땅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비록, 대선 결과와 다른 선택을 한 유권자가 많았음에도 지역민들이 박 당선인에게 기대를 건 것은 원칙과 약속을 지켜온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이었을 게다. 박근혜 정부가 어느 정부보다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지역민 대다수의 염원이다.

조각 과정에서 호남 인사가 몇이나 되는지 헤아려보는 것도 박 당선인의 약속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향후 4대 권력기관장이나 차관 및 청와대 비서관 인선, 국정과제에 광주·전남의 현안이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대해서도 지역민들은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역대 정부는 저마다 출범 초기 국민통합을 부르짖어왔다. 박 당선인이 ‘100% 국민행복’을 내세운 것은 대통합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와 균형발전이다.

승자독식주의에 빠져 편협한 정파적 이익에 충실하거나 내 사람만 챙기고 나머지는 배척한다면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기 십상이다. 일부 조사에서 박 당선인 지지율이 취임도 전에 50% 이하로 떨어지며 이례적으로 냉기류가 형성된 것은 그 전조일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대통합을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소통의 리더십, 포용 의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지를 받지 못한 48% 국민의 마음을 먼저 따뜻하게 어루만져야 한다.

절기는 바야흐로 우수를 지나 경칩을 향하고 있다.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새봄엔 더 이상 ‘호남 소외’나 ‘전라도는 섬’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대통합의 꽃을 활짝 피우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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