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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박지사가 나설 때
오 광 록
정치부 기자
2013년 01월 25일(금) 00:00
최근 전남도의회에서 업무보고를 하던 박준영 전남지사에게 도의원이 물을 끼얹었다. 이 장면은 사진과 영상에 담겨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번 사태는 박 지사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 90% 이상의 몰표를 준 호남 표심은 ‘가볍고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말해 시작됐다.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대통령 후보자의 낙선으로 상처 입은 전남 민심은 들끓었다. 박 지사가 언급한 ‘호남 몰표’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초석을 깔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기에 도백의 발언이 안겨준 실망은 더욱 컸다.

현재 박 지사는 “‘몰표로 호남인이 고립돼 있어 어떻게 치유해야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감정적·충동적으로 하지 말자’고 말한 것”이라고 자신의 발언을 설명하고 있다. 사회자와 나눈 전체 대화를 이해하지 않고, 일부 단어만을 조합해 생긴 오해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태가 상실감에 젖은 민심이 희생양을 찾아 ‘마녀사냥’을 하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고 의사당 폭력행위로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박 지사의 발언으로 인해 모든 갈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번 도의회 파행도 박 지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에 벌어진 일이다.

시간을 조금만 뒤로 돌려, 지난해 벼경영안정대책비 갈등을 떠올려 보자. 전남도가 농민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던 벼경영안정대책비의 지급 방식을 바꿔 경쟁력 강화 사업에 지원키로 한 데 따른 농민들의 반발이 심했고, 일부 주민들은 쇠사슬로 서로 몸을 묶어 지사실을 점거했었다.

해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박 지사는 농민단체 대표들을 회의실로 불러 토론회를 열었다. 농민들의 의견에 귀를 열었고, ‘일선 시군의 상황에 맞게 지급하자’는 합의점도 찾아냈다.

이번 상황도 비슷한 형국이다. 박 지사의 발언이 갈등의 원인이기 때문에 해결 또한 박 지사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자신의 발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든지, 아니면 사과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나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면 분열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들과 만나 자신의 뜻이 잘못 전달됐음을 충분히 해명하고 설득시켜야 할 것이다.

박 지사가 자신의 집무실을 점거했던 농민들을 내치지 않고 다시 회의실로 불러 사태를 해결했던 지난날의 용기를 다시 한 번 떠올리기를 기대해 본다. 단체장에겐 고도의 인내와 관용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