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호남민의 최대 관심사는 ‘대탕평’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때만 하더라도 탕평은 구호였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이 다가오면서 이젠 가장 중요한 실천과제가 됐다.

우선, 대통령으로 취임할 사람이 탕평을 강조해온 것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부당한’ 상태였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 나라의 운영 요소는 국가적 권력을 행사하는 인력과 재화로 볼 수 있다. 권력을 지닌 사람의 편중과 생산력이 지역별로 기울어지면 심각한 국가적 불균형을 초래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대한민국의 지난 65년 대부분이 그랬고, 불행하게도 호남은 피해자였다.

과연 탕평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먼저, 인사다. 호남은 (김대중 정부를 잠시 제외하고) 숱한 소외를 당해온 터여서 중앙부처 장·차관부터 지역 출신 인사를 많이 기용해 달라는 비교적 단순한 주문이다.

인사탕평은 우선 숫자의 균형을 전제로 한다. 영호남 인구 비율을 감안하더라도 고위관료의 영남 편중은 심각했다. 따라서 탕평의 가장 큰 관건은 고위직의 호남 소외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있다.

건국 이래 김영삼 정부까지 역대 장·차관(외청장 포함) 가운데 호남 출신은 11%대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임용된 장·차관급 행정관료 1551명 가운데 영남 출신이 501명으로 전체의 32.3%를 차지했다. 반면, 호남은 184명으로 11.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호남 출신 고위관료는 이승만 정권 8.1%, 박정희 정권 12.6%, 5·6공 12.6%, 김영삼 정권 14.7%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영남 출신 비율은 김영삼 정권 시절 한때 41.2%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다. 신안 출신 김대중 대통령 정부 때 잠시 약진했던 호남 장·차관들은 노무현 정부 때 쇠락하더니 급기야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중요 실무자선까지 ‘가물에 콩 나듯’ 할 정도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숫자만 맞춰진다고 되는 걸까? 성패는 ‘실세’ 자리에 호남인사를 얼마나 배치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나라 행정의 특성상 기관별로 다른 부처 장·차관보다 더 힘이 센 서기관, 실·국장이 있다. 곁다리 장·차관 몇몇으로 생색내려 했다가는 되레 역효과다.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다가는 호남민의 자존심까지 멍들게 해 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따라서 능력에 호남출신을 중용하고 능력에 맞춰 부처의 핵심 포스트들도 지역출 출신을 배려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이 계속 성장해 중추적인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참된 인사탕평에 근접할 수 있다.

사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 십년 동안 뒤쳐졌던 호남인 만큼 ‘경제탕평’이 안되면 반쪽짜리다. 지역의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해줘야 비로소 마음을 녹이는 탕평이 가능하다.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광주지역 한 문화계 인사는 장탄식을 했다. “이제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의 원만한 완공은 물 건너 갔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통합당이 대통령 배출에 실패해 지역 핵심 숙원사업도 그만큼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역대 대선 결과, 특정지역 정권에 따라 반대지역 국비사업이 차질을 빚은 게 한 둘 아니다. 따라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문화전당 건립이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걱정도 무리는 아니다.

전남지역 현안 가운데 하나인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J프로젝트)도 지난해 말 10년 만에 겨우 사업승인을 받고 올해 초 첫 삽을 뜨게 됐지만 앞길은 까마득하다. 가뜩이나 불경기에 정권 차원의 지원이 없다면 사업비 가운데 대부분인 1조를 메울 민간자본의 투자가 순조롭겠느냐는 우려가 앞선다.

따라서 지역민들은 대통령이 호남의 현안을 적극 해결하는 ‘경제 탕평’에도 나서줄 것을 주문한다.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먹고사는 문제를 풀어주는 ‘창조적 탕평’에 발벗고 뛰어 영호남 경제력의 균형을 어느 정도는 맞춰달라는 요구다.

박근혜 당선인이 인사와 경제탕평으로 소외됐던 호남을 더 따뜻하게 안아야 하는 명분은 자명하다. 이젠 한 정파의 대표가 아니라 오는 2월 25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출발하니까 ….

<사회부장> uni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