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호남사람들의 심경은 무겁고 착잡하다. 안철수 전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조건없는 지원을 약속하고, ‘문·안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만큼 열기가 뜨겁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문 후보 간에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근접했다는 게 위안이 될 뿐이다.
박 후보의 지지층이 견고한데 반해 ‘문·안’의 단일화에 따른 부동층의 향배는 정치공학이 아닌 화학적 셈법으로 나뉘고, 4% 정도는 여전히 부동이다. 선거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투표율 또한 하늘만이 아는 일이다. 일각에서 안 후보에게 지원 유세도 중요하지만 ‘투표율 70%에 올인하라’는 주문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 대선에서 결정적 동력으로 작용했던 호남 민심도 예전만은 못하다. 박 후보에 대한 10%대의 지지율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도 변화를 실감케 한다. 호남사람 스스로도 열기를 지피지 못하고 있다. 과거 80∼90%의 투표율에서 이번에는 70%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분석이 이를 말해준다.
주변 여건도 여의치 않다. 일부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한 보수 언론들의 편향 보도는 문 후보에겐 버거운 상대다. 소위 ‘DJ 적자(適子)’로 불리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DJ맨’으로 통하던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박근혜 후보와 행보를 같이 한 것도 심정적 타격이 크다.
두 차례의 대선 후보 TV토론에서도 부동층을 끌어 모을 차별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토론 방식에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고만고만했다는 데 이의가 없다.
문 후보에게 80% 이상의 지지를 보내는 호남민들로선 답답할 따름이다. 그가 대선에서 실패할 경우 지지에 대한 좌절감이 크기도 하겠지만 또다시 그 지긋지긋한 소외와 홀대를 당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에서다. 이명박 정권 5년, 호남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가진 지 오래다. 인사든, 예산이든 철저히 소외 일변도였다.
그래, 박근혜 후보가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그 역시 ‘경상도 피’가 흐를진 데, 지금까지 아집과 독선적 처신으로 보아 내칠 수 있는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호남사람들이 착잡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문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는 자존심도 있지만 피해를 덜 입자는 데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심정적 위안이 될 뿐이지 ‘모두’일 수는 없다. 그도 경상도 정부다. 문 후보가 광주에서 두 차례에 걸쳐 참여정부 당시 호남 홀대에 대해 사과를 한 것도 ‘나 변’에 있지 않다.
역대 정권 가운데 ‘오기’를 내세운 상대적 차별은 이명박 정권이 유아독존일 뿐이다. 호남에서 90%가 넘는 지지를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은 그의 고향인 경남에서 27.1%, 부산 29.9%, 그리고 대구 18.7%, 경북에서 27.1%의 지지율에 그쳤지만 오히려 혜택을 아끼지 않았다. 재임 시 차관급 이상 공무원 중 부산·경남 출신 21.4%, 대구·경북 15.3%, 호남 출신 17.8%가 단적인 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때는 역으로 호남이 차별을 감내해야 했다. 평균 95%의 지지를 보낸 호남에는 변변한 대형 프로젝트조차 일군 게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이를 두고 ‘광주은행’ 이름 살린 것, 부도 위기의 삼호중공업을 현대에 승계시킨 것 등 외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건 스스로 자임한 격이다.
부산에서 15.3%, 대구 12.5%, 경남 11.0%, 경북 13.7%의 지지율에 그쳤지만 그쪽에서 차별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삼성자동차를 부산에 유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박·문 누가 당선되든 다시는 ‘소외’니 ‘홀대’니 하는 퇴행적 말들은 사라져야 한다. 우리는 박근혜 후보가 지난 주 광주·전남지역 유세에서 “호남의 상처와 눈물을 짊어지고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말을 주목한다.
또 문재인 후보가 광주에서 행한 “참여정부 때 느낀 홀대와 소회가 이명박 정권에서 심화된 사실을 교훈 삼아 인사대탕평과 지역균형발전을 펼쳐나갈 것”이란 말도 기억할 것이다.
설사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호남은 이제 빼앗길 것도, 당할 일도 없다. 실패한 이명박 정권보다 더하기야 하겠는가. 더 이상 호남은 천형(天刑)일 수 없다. 일주일 후 당당하고 떳떳하게, 소신껏 투표에 임하자.
〈이사·논설주간〉 hlshin@kwangju.co.kr
박 후보의 지지층이 견고한데 반해 ‘문·안’의 단일화에 따른 부동층의 향배는 정치공학이 아닌 화학적 셈법으로 나뉘고, 4% 정도는 여전히 부동이다. 선거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투표율 또한 하늘만이 아는 일이다. 일각에서 안 후보에게 지원 유세도 중요하지만 ‘투표율 70%에 올인하라’는 주문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주변 여건도 여의치 않다. 일부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한 보수 언론들의 편향 보도는 문 후보에겐 버거운 상대다. 소위 ‘DJ 적자(適子)’로 불리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DJ맨’으로 통하던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박근혜 후보와 행보를 같이 한 것도 심정적 타격이 크다.
문 후보에게 80% 이상의 지지를 보내는 호남민들로선 답답할 따름이다. 그가 대선에서 실패할 경우 지지에 대한 좌절감이 크기도 하겠지만 또다시 그 지긋지긋한 소외와 홀대를 당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에서다. 이명박 정권 5년, 호남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가진 지 오래다. 인사든, 예산이든 철저히 소외 일변도였다.
그래, 박근혜 후보가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그 역시 ‘경상도 피’가 흐를진 데, 지금까지 아집과 독선적 처신으로 보아 내칠 수 있는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호남사람들이 착잡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문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는 자존심도 있지만 피해를 덜 입자는 데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심정적 위안이 될 뿐이지 ‘모두’일 수는 없다. 그도 경상도 정부다. 문 후보가 광주에서 두 차례에 걸쳐 참여정부 당시 호남 홀대에 대해 사과를 한 것도 ‘나 변’에 있지 않다.
역대 정권 가운데 ‘오기’를 내세운 상대적 차별은 이명박 정권이 유아독존일 뿐이다. 호남에서 90%가 넘는 지지를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은 그의 고향인 경남에서 27.1%, 부산 29.9%, 그리고 대구 18.7%, 경북에서 27.1%의 지지율에 그쳤지만 오히려 혜택을 아끼지 않았다. 재임 시 차관급 이상 공무원 중 부산·경남 출신 21.4%, 대구·경북 15.3%, 호남 출신 17.8%가 단적인 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때는 역으로 호남이 차별을 감내해야 했다. 평균 95%의 지지를 보낸 호남에는 변변한 대형 프로젝트조차 일군 게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이를 두고 ‘광주은행’ 이름 살린 것, 부도 위기의 삼호중공업을 현대에 승계시킨 것 등 외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건 스스로 자임한 격이다.
부산에서 15.3%, 대구 12.5%, 경남 11.0%, 경북 13.7%의 지지율에 그쳤지만 그쪽에서 차별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삼성자동차를 부산에 유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박·문 누가 당선되든 다시는 ‘소외’니 ‘홀대’니 하는 퇴행적 말들은 사라져야 한다. 우리는 박근혜 후보가 지난 주 광주·전남지역 유세에서 “호남의 상처와 눈물을 짊어지고 여러분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말을 주목한다.
또 문재인 후보가 광주에서 행한 “참여정부 때 느낀 홀대와 소회가 이명박 정권에서 심화된 사실을 교훈 삼아 인사대탕평과 지역균형발전을 펼쳐나갈 것”이란 말도 기억할 것이다.
설사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호남은 이제 빼앗길 것도, 당할 일도 없다. 실패한 이명박 정권보다 더하기야 하겠는가. 더 이상 호남은 천형(天刑)일 수 없다. 일주일 후 당당하고 떳떳하게, 소신껏 투표에 임하자.
〈이사·논설주간〉 hlshin@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