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더사인(Dashain)’이라는 축제는 우리의 추석과 설을 합한 것 같은 대명절이다. 10월 중순부터 말까지 학교는 방학을 하고 대부분의 직장과 공공기관도 거의 한 주간은 휴무다. 네팔인들은 고향을 찾아 가고 외국인들은 여행을 떠난다. 나는 네팔인 친구와 3박 4일간 아름다운 관광지인 ‘포카라’ 여행을 계획했다.

친구는 며칠 전부터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관광버스 표를 구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고생을 각오하고 일반 버스를 타기로 했는데 걱정이 되었다. 일반 버스는 의자가 불편하고 사람을 많이 태워서 끼어 앉아야하며 차 지붕에 짐을 싣거나 심지어 사람을 태우기도 한다. 장거리 여행으로는 많이 불편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나는 출발 전날 언뜻 생각이 나서 지난여름에 제자들의 트레킹을 주선했던 여행사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어렵잖게 관광버스 표를 구했다. 버스비는 왕복 1만5000 원이다.

관광 버스는 우리나라의 일반버스 비슷한데 에어컨 대신 양쪽 창가에 작은 선풍기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다. 아침 7시 정시에 출발하여 달리는 차창 밖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네팔 여행 중 불편한 것은 화장실이다. 공동 화장실이 절대 부족하고 깔끔한 화장실은 드물다. 안에 들어가 문을 닫으면 대낮인데도 전기를 안 켜니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 관리비로 소변보는 간이 화장실은 우리 돈으로 75원, 일반 화장실은 300원을 받는데 화장지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보통 5시간 걸린다는 포카라에 거의 7시간 만에 도착하였다. 호텔까지 택시로 가는데 3000원을 내라고 한다. 포카라까지 200km 오는데 7500원, 버스값은 싼데 고작 오륙 분 거리 가는 택시비가 3000원이라니 너무 비싸다. 관광지이니 외국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기로 작정을 한 것 같다.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는 하루에 1만3000원으로 호텔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화장지나 샴푸가 없지만 깨끗한 좌변기가 있고 더운 물이 나오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는 ‘페와’ 호숫가를 거닐다가 5000원을 내고 보트를 탔다. 호숫가에서 수영을 하는 남녀가 있는데 수심이 200m라는 사공의 말은 믿기지 않았다. 언덕 너머로 보이는 하얗고 둥근 지붕은 불교사원이라고 했다. ‘마차프차레’를 비롯한 여러 봉우리들이 파노라마 사진처럼 쭉 둘려있다. 호수 중앙의 작은 섬에 올라서 힌두사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다 보니 금방 한 시간이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어제 보트 타면서 보았던 사원과 데이비드 폭포, 마하데브 동굴을 구경하였다. 산 위의 사원 입구에는 ‘일본산묘법사’라고 한자로 쓴 커다란 현판이 걸려있고 출입문에는 ‘세계 평화의 탑, 일본 불교 사원’이라는 영문 안내문이 붙어있다. 하얗고 둥근 탑의 약간 움푹한 곳에 금빛 불상이 있고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올라가게 되어있다. 계곡 너머로 만년설을 이고 하얗게 빛나는 삼각형의 마차프차레는 ‘물고기 꼬리’라기보다 왕좌처럼 보인다. 이 장엄한 자연을 배경으로 세계 평화를 기원한다는 미명하에 돈으로 일본을 광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카라의 마지막 날에는 마침 파탄의대 교수가 자기 집에 초대를 해서 현지인들이 더사인을 어떻게 보내는지 직접 보는 기회가 되었다. 친척들이 과일 바구니나 장만한 음식들을 가지고 어른들을 찾아뵙고 두 손을 모아 큰절을 하였다. 어른들은 이마에 축복의 상징인 빨간 티카를 찍어준다고 했다.

여행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건물이 텅 비어 있는데 위층의 네팔인 의사만 당직이라고 일찍 돌아와 있다. 내가 식사 초대를 하자 자기들이 외국인인 나를 초대해야 한다면서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자장밥에 깍두기와 미역국, 그리고 ‘버렐라’라는 네팔 채소를 감자와 함께 볶아서 상에 올렸더니 무척 좋아했다. 명절을 혼자 보내거나 초대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초대해서 함께하는 것이 이국에서의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파탄의대 객원 교수·전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