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을 앞두고 출마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출마자들의 장밋빛 청사진을 들으면 곧 나라가 융성해지고 국민들의 행복감은 들꽃처럼 만발할 것 같은데 왠지 마음 한편이 허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춘추전국시대 맹자를 처음 만난 양혜왕은 “노선생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내 나라에 무슨 이로움이 있겠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맹자는 “왕께서 하필 이(利)를 말하십니까? 단지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자국의 생존이 무엇보다 절실했던 그 시대에 왜 맹자는 부국강병을 말하지 않고 인의에 대해 말했을까?

루소는 “국가가 국민에게 많이 요구할수록 국민의 헌신은 커진다. 그러나 나쁜 정부가 통치할 때는 아무도 헌신하려 하지 않는다. 무슨 일에 대해 관심도 없고 오직 가정사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고 공공선(도덕)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이타주의, 자선, 관용, 시민의 의무는 말보다는 행동할 때 더욱 강해진다. 이는 학교 교육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도덕이 중시될 때 이러한 시민정신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당연히 부국강병이나 나라의 융성 역시 이러한 도덕적 가치가 힘을 발휘할 때 가능한 것이다. 바로 맹자가 말한 인의가 바로 서면 나라의 힘이 자연스럽게 강해지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대선출마자들은 장밋빛 공약보다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고 고백하여 인의와 도덕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자신의 단점과 잘못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훗날의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빗겨가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한 지도자 상이 아니다.

‘MB의 내곡동 사저’ ‘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MBC 김재철 사장의 부도덕한 행각’ 등 최근 우리 주변의 문제를 보면서 과연 우리 사회에 도덕과 법이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당연히 처리됐어야 할 사건들이 권력의 눈치를 살피면서 고무줄 잣대가 되어 버린 현실은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상식을 깨는 일이며, 사회적으로는 도덕적 가치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곧 국가나 정치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깨는 일이다.

12살 연희초등학교 5학년 유승민 군의 “29만원 할아버지”라는 시는 전두환 전 대통령뿐 아니라 우리 기성세대에 던지는 돌팔매질이었다. 도덕적 가치를 상실하고도 느끼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장이었던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적 가치와 정의가 왜 필요한지, 인의와 도덕이 왜 중요한지를 일깨우려면 정치지도자들의 성찰이 장밋빛 공약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과 이념, 종교와 계층 이런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장밋빛 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그 사람이 그동안 살아온 행적을 낱낱이 살펴보자. 자신의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전남대학교 총동창회 상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