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짐승의 다른 점이 무엇일까?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영화 ‘패왕별희’에서 경극 선생은 “사람과 짐승이 다른 점은 사람만이 경극을 안다.”라고 하고, 단전 호흡전문가는 “사람만이 의도적으로 호흡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노인정책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부모를 섬기기 때문이다”고 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피가로의 결혼’에 등장하는 정원사는 이런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이 술 먹는 것밖에 없지 않나요?”

엄격하게 말하면 사람만이 술을 마신다고 할 수는 없다. 술을 처음 마신 동물은 사람이 아니고 원숭이였다는 설이 있고 실제로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동물들도 있다. 하지만 직접 술을 만들어서 마시는 동물은 사람이 유일하다. 그래서였는지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는 “신은 물을 만들었고, 인간은 술을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인 술을 잘 활용하면 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잘못 사용을 하면 독이 되기도 한다.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면서 건강하게 오랫동안 마실 수 있으려면 지속 가능한 술꾼이 되어야 한다. 기업경영에서도 지속가능이 중요하듯 주당에게도 지속가능은 매우 중요하다. 한 때의 폭음으로 건강을 해쳐 나이 들어서 술을 접하지 못하는 것은 진정한 술꾼의 자세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술꾼이 되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3가지 조건을 지켜야 한다.

첫째, 사회적인 조건이다. 주도를 잘 지켜야 한다. 음주의 가장 큰 긍정적인 효과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소통시켜주는 기능이다. 사람들은 식사 도중에 알게 된 다른 사람에게 특별한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술과 비즈니스가 엮이는 경우가 많다. 술은 잘 사용하면 소통주가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추태주가 된다. 특히 남녀가 같이 있을 경우 사고를 치면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둘째, 생태적인 조건이다. 건강상태를 고려해서 마셔야 한다. 폭음을 해서 건강을 해치는 것은 바람직한 술꾼의 태도가 아니다. 적당히 마시면 술만큼 건강에 좋은 것도 없다. 술과 건강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가 적당량의 음주는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장수자의 91.3%가 ‘매일’ 또는 ‘때때로’ 음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 경제적인 조건이다. 술값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하기 어렵다. 가정경제를 생각해서 분수에 맞는 지출을 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결과, 음주후의 경험 중 부정적 효과로 건강상의 이유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경제적 곤란이었다.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상소는 ‘술은 지혜를 가르치는 학교’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잔의 술에도 배워야할 지혜가 담겨있다. 이것을 느끼는 것은 순전히 주당들의 몫이다. 술에 관해서 이런 말이 전해오고 있다. “술이란 술이 하자는 대로 해서도 안 되고 그 반대로만 해서도 안 된다. 그러므로 천하에 술 마시는 일처럼 어려운 것은 드물다.” 술이 주는 지혜를 오랫동안 느끼려면 지속가능한 술꾼이 되는 길밖에 없지 않을까.

〈조선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