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침 뉴스를 보시고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다.

“너희가 이긴 거네.”

“뭐가요?”

“인화학교 문제 말이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두 달여 동안 각종 모임이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 서명용지를 들고다닌 모습이 기억에 남으셨나보다.

우리 사회를 분노로 들끓게 했던 광주 인화학교사태가 일단락되었다.

성폭행교사 등 14명은 형사 입건되고, 광주시는 인화학교 법인의 재산 증여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획대로 허가 취소를 통보했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우석법인 인가취소’를 사회복지 사상 처음으로 이뤄냈다. 6년 5개월(377일간의 천막농성 포함)만에 이끌어낸 성과다.

인화학교 사태 마무리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의 부정과 비리 그리고 인권침해를 가능케 하는 사회복지사업법의 법적·구조적 문제해결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5일 도가니문제해결과 사복법개정을 위한 전국 힘 모으기 대회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가 주최한 토론회 토론자로 참석한 사례를 들어 발언했다.

발제자 김종필 한국사회복지법인대표이사협의회 전문위원은 “영화 ‘도가니’로 인해 당장 여론만을 의식해 두 달 만에 발의된 의원들의 법 개정안은 책임감 없는 모습이며 사회복지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공익이사제도에 대해 부정적 목소리를 냈고, 이에 박 상임공동대표는 “공익이사제 도입을 위한 사복법 개정은 이미 십여 년 전 에바다 사태 때부터 계속 이야기해 왔던 것”이라고 역설했다고 한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사복법이 상정되었기에 이제는 국회가 사복법을 어떻게 통과시킬 것인가에 주목할 때”라면서 “18대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공익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를 필요로 한 사람들에게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기에 조속한 상정과 논의가 진행되고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삶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그 시발점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고 탈시설 자립생활의 지름길 또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다.

두 번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왼쪽 편마비 된 채 시설에서 12년째 지내오시다가 (사)실로암사람들 여성장애인 자립주택지원사업을 접하게 되었고, 현재 금호동 자립주택에서 주거복지 서비스를 지원받으며 자립생활을 하고 계시는 김명심님이 첫 시장구경 후 소감을 밝히셨던 것이 기억난다.

“물건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 구경하고 생선냄새, 과일 냄새 등 냄새가 달라. 사는 느낌이 나네”

시설거주인의 인권강화를 위해 권리옹호제도와 ‘탈시설-자립생활’ 권리실현을 위한 방안 등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힘을 모아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현주 (사)실로암사람들 주거복지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