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북구 주민 131명이 광주시 감사관실에 북구청의 매곡동 이마트 불법건축허가에 대한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청구안은 6월 1일 감사심의위원회를 통과하였고 50일 동안 치밀한 감사가 이루어졌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감사결과는 7월 21일 광주시장 명의로 공표되었다. 청구권자가 제기한 용도지역 분류, 연결통로 규격, 주차장 공작물 높이, 건폐율과 용적률 초과 등 네 가지 사안 모두 건축법 위반으로 드러났다. 이에 광주시는 법령을 위반한 북구청에 허가취소는 물론이요 해당 설계자에 대한 고발조치, 관련 공무원 3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북구청은 즉시 절차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히고 북구청장은 잘못한 행정이 초래한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동안 신세계 측이 우격다짐 식으로 입점 계획을 강행하여 빚어진 지역사회의 피해는 매우 크다. 해를 넘어가며 전개된 행정관청과 지역주민 사이의 충돌과 갈등으로 북구청 앞마당은 조용할 새가 없었으며 입점 저지를 둘러싼 수많은 분쟁과 소송 등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주요 이해 당사자이면서 배제되었던 고려중·고등학교 측도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입점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이마트 입점 소동은 광주 유통상권을 독과점하려는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묻지마 입점 경쟁이 빚어낸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과도한 진출로 빚어진 갈등은 북구 이마트 입점 건이 전부가 아니다.

치평동, 풍암동 두 곳에 SSM을 열려던 홈플러스 측도 입점 중단 선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하루빨리 입점 철회 수순을 밟아야 옳으며 광주지역의 대표적인 토종마트를 인수하여 몸집을 키운 롯데쇼핑 측의 계속되는 가맹점 진출사업도 즉각 중단되어야한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근본 방안은 오직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추가 입점을 자제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입법과 지역경제를 지키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강력한 행정이 뒷받침되어야한다. 또한,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중소 유통업체들과 상생하려는 마음을 갖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해야한다.

광주시 감사결과 공표 하루 전날이었던 7월 20일 부산시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부산시 광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정신 차려 롯데! 부산시민운동본부’ 발족식이 열린 것이다. 발족식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광복점 롯데마트 입점 철회 등을 요구하며 롯데그룹이 부산을 근거지로 영업을 하며 자치단체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부산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바는 극히 미약하기 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롯데그룹을 부산에서 챙긴 막대한 이익을 다시 투자하지 않고 외지로 빼돌리는 ‘먹튀기업’이라고 비판하였다. 자제력을 잃은 대기업 유통업체의 몸부풀리기를 견제하려는 시민사회의 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진출과 성장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해 있다. 요즘은 군 단위로 대형마트가 다 들어서고 있다. 좁은 서식지가 감당하기에는 거대공룡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진 것이다. 이러다가는 지역경제의 생태계 전부가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의 선순환과 지역민 모두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상생경제가 무엇인지 우리 모두 곰곰이 돌아봐야 할 때이다. 이제 남은 것은 상생을 위한 지혜와 단호한 결단뿐이다.

〈김용재 중소상인살리기광주네트워크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