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백수 해안도로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수평선의 황홀한 해넘이와 저녁노을이 장관인 관광 명소이다. 지난 일요일 영광 꽃누리 축제도 보면서 가까운 백수 해안도로를 다섯 살, 세 살 된 딸, 그리고 아내와 함께 갔다.

노을 전시관 앞 난간에 일몰 시각에 맞춰 도착해 다행히 바다에 해가 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어린 딸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평선에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었기에 나 또한 아빠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 흐뭇했다.

그런데 갑자기 큰딸이 “아빠, 해가 바다에 빠져 버려요. 큰일 났어요”하자, 내가 “햇님이 바다에 잠자러 들어가는 거야”라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아이의 표정이 우울해 지면서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 됐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빠, 바다에는 상어가 많은데, 상어 이빨이 날카로운데 상어가 햇님을 물어버리면 어떡해요.” 아이는 바다에 잠자러 간 햇님이 상어한테 혼날까봐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순간 내 대답은 “응. 걱정마, 뽀로로가 있잖아. 뽀로로가 햇님을 지켜 줄 거야.” 그러자 딸은 “엄마, 빨리 뽀로로한테 전화해. 햇님을 지켜달라고”고 아내를 졸랐다. 아내는 휴대전화를 들며 “뽀로로야, 뽀로로야 햇님을 지켜주렴.” 그러자 딸이 “뽀로로가 막대기로 상어를 지켜주는 거야?” “그래, 내일 아침이면 저 산에서 햇님이 다시 나올 거야.” 순간 딸아이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보면서 좋아했다.

둘째 딸은 계속해서 “뽀로로, 뽀로로”하면서 햇님을 지켜주는 뽀로로를 너무나 자랑스러워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아이에게 햇님이 나왔는지 보러 가자고 하니, 바로 일어나 밖에 나가서 해가 무사한 것을 보고 좋아하면서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바다로 빠지는 햇님이 상어에게 공격당할 까봐 걱정을 해주는 아름다운 어린아이의 상상력은 아빠인 내가 딸을 존경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조금씩 잊어가면서 그렇게 어른이 되어갔다.

순간, 저녁노을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 스쳐간 생각은 햇님과 상어, 그리고 뽀로로의 이야기를 엮어서 통키타풍의 대중가요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해 본다.

아이의 순진한 상상력과 어른들이 좋아하는 대중성, 그리고 전남 해안의 아름다운 해넘이와 저녁노을이 함께 어우러지면 좋은 문화 상품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영광 백수 해안도로 노을 전시관에서 해넘이를 보면서 어린 딸이 이야기한 햇님과 상어, 그리고 뽀로로의 이야기로 된 노래를 부르는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을 상상하면서 나는 오늘도 즐거운 미소를 짓는다.

/류동훈 (사)행복문화사업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