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지 2년이 되는 해이지만, 단순히 법 제정으로만 ‘공’을 세우려는 것은 금물이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때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설치 후에도 지속적인 사후관리로 장애인이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19조 제4항)에는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현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바쁘다.

예컨대, 계단이나 승강기의 점자 표시는 오래돼 요철 표시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닳아 퇴색됐다. 보도블록의 경우도 시각장애인을 위해 장애인 유도용 요철블록을 설치했지만 들쑥날쑥해 이용자에게 불편을 주고, 대부분의 보도블록 위에 노점상의 상품이 진열돼 있어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지하철 안의 점자블록도 각진 모퉁이를 도는 경우 비장애인보다 더 많이 걸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장애인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 오히려 장애인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중교통인 콜택시 등의 특별교통수단과 저상버스 슬라이드가 내려오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인도의 높은 경계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높은 인식의 차이와 별다를 바 없는 듯하다.

얼마 전 장맛비로 인해 온몸을 흠뻑 젖은 채로 집 근처에 있는 도로를 지나가던 여성장애인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간다. 그는 급경사 도로를 휠체어에 의존하여 차량이 지나가는 위험한 S형 도로부분의 약간 턱이 진 곳을 이동하느라 몹시 상기된 모습이었다. 나는 안쓰러워 보여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지만 오히려 환한 미소로 거부의 화답을 받게 되었다. 좋은 일 한번 하려 했던 본인은 참 머쓱했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경우는 전체의 0.5%임을 감안할 때 장애인 대부분이 사고나 질병 등에 의한 후천적인 장애를 겪게 된 사람들이다.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그저 불쌍한 사람, 자신의 힘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도록 시민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광주시 최대 현안인 국립 아시아 문화의 전당과 개방형 야구장 신축에 장애인을 포함한 약자들의 이동권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란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사회의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며, 무장애사회가 조성될 수 있어야 한다.

소외된 계층과 약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작은 관심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6만8000명의 장애인들도 광주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배영복 광주장애인총연합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