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감사하고 기념하고 챙겨야 할 날이 5월에 집중되다 보니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백화점 특수’라는 기사를 쉽게 볼 수 있고 관련 기관·단체에서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풍성한 행사와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러나 가정의 달이 가정의 중요성을 고취한다는 의도가 무색하게 시민들은 아이들과 부모님께 드릴 선물과 용돈의 액수가 가장 큰 고민이 되어가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부부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례를 발굴해 시상하거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를 여는 것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자체의 가정의 달 행사를 보면 아직까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가족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가정은 사랑·보살핌·대화·합의 등 애정에 기반한 결합임과 동시에 폭력과 갈등·경제적 논리를 배제할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혼율과 동거혼은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가구주 세대·한 부모 가족·비혼(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선택된 삶의 방식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로, 독신에서부터 이혼 및 사별, 혈연이나 입양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공동체 생활 등 결혼하지 않는 삶의 모든 방식) 1인으로 구성된 가족·동성애자로 구성된 가족·독거노인의 증가 등 우리는 이미 ‘정상가족’ 틀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가족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족 유형의 출현(1인 가구 16%, 부부가구 15%, 한 부모가구 10%, 여성가구주 22% 등)을 가족의 변화로 보지 않고, 가족의 위기로 보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다. ‘위기 가정’ ‘가족 해체’라는 꼬리표 달기로 말이다. 둘이 하나가 되는 날이라는 부부의 날 또한 이러한 다양한 가족이 소외되고 배제된 채 건강한 가정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건강가정지원법에서 말하고 있는 ‘건강한 가정’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가정을 이성애 가족을 중심에 두다 보니 가족 해체를 국가적 위기로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사회적 갈등에 부딪히게 된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과 친족 성폭력, 아동학대에 대한 대처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되기보다는 피해자의 가정복귀 정책으로 되면서 제2·제3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이성애 중심의 사고와 정책이 결국 이혼과 가출의 증가로 그들이 우려한 ‘가족 해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양한 가족 구성, 변화된 가족 형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계층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받는 수혜대상자임과 동시에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지원을 받는 것과 사회적 시선은 달라야 한다. 대안적 가족 형태의 실험이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고 가족 밖에서 친밀함이나 상호 깊은 우애와 협동을 공유하는 이들도 있다.

앞으로 가정의 달에는 한 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비혼 가정을 운동장에 모이게 해서 이벤트를 하기에 앞서 ‘가정’이라는 틀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누가·어떻게 소외되고 있는지·이들을 위해 무엇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할 것 같다.

/백희정 광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