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직 공무원들에게 1인당 순금 20돈(시가 400만원 상당)의 기념 메달을 선물(본보 21일자 6면 보도)해 물의를 빚은 강진군이 부서간 책임 회피 공방으로 또다시 눈총을 받고 있다.

강진군은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퇴직 공무원들에게 ‘포상금’ 명목으로 순금 기념메달을 지급하는 등 군민의 혈세 1억4천여만원을 낭비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하지만 자숙하거나 상처받은 군민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관련 부서간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퇴직 공무원을 관리하는 조직관리팀에서는 순금 메달 선물이 주민정서에 반하고 구시대적인 발상임에도, 타 지자체에서도 관행화된 것처럼 회피하려 했다. 반면 홍보팀은 본보 보도에 대한 반박 자료를 통해 “순금 메달 선물에 대해 시행을 재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또 다른 언론사에는 “즉시 폐지하겠다”고 밝는 등 일관성 없는 홍보체계로 신뢰성을 저버렸다. 이처럼 부서간에 입장이 오락가락하다 결국 순금 메달 선물을 없던 일로 했지만 행정에 대한 신뢰만 실추되고 말았다.

강진군의 ‘고가 금메달 파티’는 대다수 전남지역 시·군이 ‘공로연수 지침’에 의한 연수경비, 훈련비, 자서전 등에 대한 비용 일부만 지원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집행부의 예산을 심의하는 지방의회 역시 따가운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강진군 의원들은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포상금 항목이 세부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기념메달을 몰랐다”며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지만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한계가 있음을 드러내는 꼴로 주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순금 메달 선물 기사를 접한 군민들은 한결같이 ‘선심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행태’라는 반응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군 단위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최하위 평가에 머문 강진군의 불명예스런 자화상이기도 하다.

/남철희 중부취재본부 기자 ch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