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이 귓전을 스쳐지나간다. 지금까지 반세기를 맞이해온 추위이지만 왠일인지 올 겨울의 바람은 더 매서운 것 같다. 아무래도 현재의 경제상황이며 여러 가지 주변 여건들이 체감 온도를 더욱 끌어내리는 모양이다. 몇 년 전에 광주에 대단한 폭설이 쏟아졌을 때도 이처럼 삭막한 겨울은 아니었는데 참으로 스산하기만 하다.
아침에 노인들이 폐지를 모으시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과거에 비해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이러한 일에 나서시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노인들이 하루 동안 열심히 모아가는 양의 값어치는 4천원 남짓 된다고 한다. 그렇게 모아서 겨우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는 아침에 그러한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면서 어느 아주머니가 내게 말했다. “어쩜 저렇게 노인분들이 고생을 하는 것일까요. 저분은 자식들도 없는 걸까요? 내 부모님이 저런 처지라면 가만히 있지 못할 것 같아요. 혹시 나도 저렇게 될까 걱정이 되네요.” 그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 쉽게 동조한 듯했던 내 마음은 점점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을 풀어보려는 욕심에 점점 빠져들었다.
자녀가 있더라도 요즘에는 자녀가 둘도 많은 상황인데, 그 아이들도 먹고 사느라 바쁠 것이고, 특히나 아이들 사교육비가 엄청나다고 하는데 부모님에게 용돈이라도 부쳐드리는 자녀는 참으로 효자일 것이다. 아니 마음은 정말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월급을 받아 부모님에게 20만원의 용돈을 매월 보내드릴 수 있을까? 10만원이라면? 자녀가 둘이면 40만원이고 셋이라면 60만원인데 한 달에 한 끼에 4천원 하는 밥을 먹는다고 해도 한사람의 밥값만 36만원이니, 두 노부부가 식사만 하고 생활한다고 해도 72만원이 지출이 되는데, 자녀들이 최선의 효를 실천한다고 해도 노부부는 무언가 일을 해야만 생활을 할 수 있으며, 사랑스런 손자들이게 몇 천원의 용돈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라는 계산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광주시약사회가 광주공원에 있는 사랑의 쉼터에서 어르신들에게 건강을 돌보시라는 의미에서 영양제를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다. 매우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선진국이라는 의미를 이명박 정부에서는 돈 잘 벌고 잘사는 것으로만 평가하려는 것같다. 돈 잘 버는 사람들이 더 우대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세금도 깍아 주고 더 많은 혜택을 주려고 하는 모양이다.
난 다르게 생각한다. 선진국이라면 빈부의 차이가 있더라도 최소한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어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먹는 것, 자는 것, 치료 받는 것 그리고 교육 받는 것에는 차이가 없게 해야 한다. 60세에 은퇴를 하고 20년을 수입이 중단된 채 자녀들로부터 소외 받으며 살아가는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정책을 튼튼하게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건설 등의 예산을 확대해야한다고 한다. 그러면 돈이 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복지예산은 동결하거나 줄였다. 아마도 돈이 돌고 돌아도 노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미미할 것이다. 이 분들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김일용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광주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