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기본과 본질은 어디가고 방편과 편리를 앞세우는 효율만 판을 치고 있다. 그것에 강력하게 철퇴를 가한 것이 유전자 조작 식품, 광우병, 멜라민과 맹동성 잔류 농약 파동이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이러한 문제가 언급되기 이전, 특히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육류와 튀김 위주의 인스턴트 음식과 외식산업의 입맛에 길들여져 외형적 신체는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하였으나 체력이 약해졌고 몸이 보내는 이상한 신호를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경제성장의 원리에 의해 무시돼 식물재배에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게끔 하고 동물의 사육에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의 사용을 방치했다.
식품이 가지고 있는 독성과 그것을 섭취하는 인체의 방어력이 부족한 유아들의 체력은 약화되고 질병의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거대한 식품산업은 경제적 이득을 위해 달콤하고 고소함으로 인간의 입맛을 사로잡고 그 맛에 길들였다.
최근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비만,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질환, 소아당뇨, 각종 소아암을 비롯한 치아질환은 요즘 아이들이 섭취하는 인스턴트 음식, 설탕, 탄산음료, 각종 과자류, 육류 위주의 잘못된 식습관, 오염된 먹을거리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먹을거리가 몸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과잉행동장애, 정서불안, 스트레스, 성격장애 등으로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아이들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아교육기관에 놀이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이 유행하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다.
먹을 식(食), 밥 식(食) 자는 사람 인(人)에 어질 양(良)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사람의 먹을거리가 인성에까지 작용한다는 선현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무엇을 먹느냐가 인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 몸·마음·영혼은 분리되어진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되어진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먹을거리는 하늘과 땅과 사람의 애씀으로 열매 맺어진 거룩한 선물이다. 하늘로써 하늘을 먹는다는 동학의 이천식천(以天食天)사상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이들에게 천지인(天地人)이 조화된 자연의 섭리가 담긴 하늘 밥을 먹도록 지극과 정성을 다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출발이라 생각한다. 밥상머리의 교육은 생명의 존귀성을 알리는 최초의 교육인 것이다.
아이 교육이 잉태 이전부터 시작되어 어머니의 젖에서 극치를 이루듯이 정규적인 아이 교육은 아이들의 올바른 밥상 교육에서 시작되어야 올바른 몸과 마음과 영혼이 가꾸어 진다는 사명감으로 식(食)자의 의미를 되새기자.
특히 유아교육기관에서는 얄팍한 상혼에 의한 정체불명의 보여주기식 상업화된 유아교육을 지양하고 아이들의 생명살림을 귀하게 여기는 먹을거리 문제에서부터 최우선의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광주전남생태유아공동체 회장
·전남도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