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는 무등산 도립공원, 사직공원 등 많은 공원들이 있는데 ‘푸른길 공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는 것 같다. ‘푸른길 공원’은 광주의 역사와 애환을 같이 했던 광주도심을 관통한 경전선 철도 중 광주역에서 남광주역을 거쳐 효천역에 이르는 10.8km를 외곽으로 옮기고 그 중 약 7.9km의 폐선부지를 ‘푸른길 공원’으로 이름하여 조성 중에 있다.
2008년 말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이 공원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있고, 그 주변으로 여러 가지 의미를 간직한 꽃과 나무와 숲 그리고 쉼터가 있게 된다. 현재는 조선대학교 정문에서 진월동 빅마트 뒤편까지 완성이 되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도심을 통과하던 경전선을 외곽으로 이설하고 그 자리에 이렇게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있는 ‘푸른길 공원’을 조성하기까지는 폐선부지 주변 주민과 일반 시민, 시민단체와 기업 그리고 광주시의 먼 안목을 가진 광주사랑과 훌륭한 시민정신이 함께 발휘된 헌신적이고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우선 오랜 기간 동안 철도 때문에 고생해 왔던 폐선부지 주변의 주민들이 경전철이나 도로를 만드는 것 보다는 공원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지금은 푸른길 공원주변은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모여 ‘광주 푸른길 가꾸기 시민운동본부’를 구성하고 광주시와 함께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공원을 설계하고 조성하며 관리에 많은 사람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소위 로컬거버넌스(협치)를 실질적으로 시행하여 전국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공원 조성에 시민참여를 이끌어 100만 그루 헌수운동을 추진하여 이 푸른길 공원에는 기부한 시민이나 기관 단체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와 의자 그리고 소공원이 있고 이들은 각각 자기 출생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신혼여행을 가기 전 또는 다녀와서 결혼을 기념하여 심은 나무, 나무를 심고 그 앞에서 사랑을 고백한 나무, 손자의 백일이나 돌을 기념하여 심은 나무, 돌아가신 부모님의 은혜를 추모하는 마음을 기록한 의자 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무와 함께 자라고 있고 10년이 지나면 나무터널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옛 남광주역에 객차 두 량이 설치되고, 전국 사람들이 참여하는 ‘팔도의 숲’도 조성될 것이다.
푸른길 가꾸기 시민운동본부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은 남광주 철교를 세계적인 작품으로 복원하고 호남고속전철이 건설되면서 광주역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광주역에서 송정리까지 폐선부지를 ‘푸른길 공원’으로 확장하고, 이 푸른길 공원과 광주의 모든 녹지를 연결시켜 세계제일의 살기 좋은 광주를 만드는 것이다.
이 역사적인 시민참여 기회를 놓치지 말고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오늘의 우리가 되기 위해 우선 ‘푸른길 공원’을 한 번 방문해보시기를 권한다.
/송인성 <광주푸른길 가꾸기 시민운동본부 상임본부장·전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