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소식은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에 마음 졸이며 애탔던 국민에게 7년 전의 벅찬 감동을 주고 있다.
사실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에 의한 주변국 간의 관계 개선의 속도에 비춰, 오히려 남북관계는 그 진척 정도가 너무 더디다.
한반도 정세의 복잡성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남북관계를 북미관계 개선의 종속 변수로 치부하는 듯 한 정부당국의 태도가 없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도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군사적 긴장관계는 반세기가 훌쩍 넘은 역사적 진통의 통과의례라 치부하더라도, 그때마다 민간 교류와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여과 없이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남북당국의 발표대로 이번 2차 정상회담은 “주변정세의 호전”에 따른 “적합한 시기”라는 북측의 제안을 남측이 수용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이미 여러 차례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안한 상황에서, BDA문제 해결로 6자회담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주변 정세가 한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조건이 된 듯싶다.
하지만 주변정세의 변화에도 6자회담을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서 우리 정부의 주도면밀한 역할과 계획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는 7년 전 클린턴 정부 말기와 너무나 흡사한 순서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작전계획 5027’에 근거한 대북 선제공격 시나리오까지 준비했던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이 ‘페리 프로세스’에 의한 적대정책 폐기로 전환되고, 그 연장선에서 1차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했다. 하지만 부시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대북정책은 강경 기조로 돌변했다.
이처럼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번 2차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경제공동체에 대한 실천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6.15공동선언에서 합의한 통일 방안에 대한 정상들의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민족의 자주적 힘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을 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 정상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나 포옹하던 순간, 7천5백만 전 민족이 시인이 되고, 통일운동가가 되고, 정치인이 되었던 그 아름다웠던 시간은, 바닷길을 열고, 하늘 길을 열고, 땅 길을 뚫어서 년 방문 인원 10만 명이 드나드는 역사를 창조했다.
이제 7년 동안 준비한 우리 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장화동 6·15공동선언실천 광주·전남위원회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