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4월28일 시드니 국제공항.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가족과 함께 덴마크행 비행기 트랩을 오르는 한 외국인이 있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설계를 맡았던 외른 우슨(Jorn Utzon)이었다. 그는 오페라 하우스 설계를 맡았지만 공사 도중 사표를 던지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9년전 234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뚫고 국제건축설계공모에서 우승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던 위용은 온데간 데 없었다.
그가 짐보따리를 싼 이유는 오페라 하우스에 대한 정부의 간섭 때문이었다. 바다를 일부 매립하고 여기에 기둥을 박아 바다위에 떠 있는 극장을 짓는다는 대담한 오슨의 구상은 심사위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1959년 설계대로 공사에 착수한 지 얼마 안돼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겨났다. 우선 공정이 오래 걸리는 데다 막대한 추가건축비용이 소요된 것이다. 특히 최고급 인테리어 시설로 인한 경비가 예상을 초과하자 시 당국은 우슨의 설계를 임의로 변경하여 공정을 진행시켰다. 이에 분노한 우슨은 시드니시에 강력 항의한 뒤 덴마크로 돌아가 버렸다.
파리의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프 에펠 역시 우슨 못지 않는 굴욕을 겪었다. 파리시가 1889년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실시한 상징탑 공모에서 당선작으로 뽑힌 에펠탑은 건설전부터 예술성과 미학적인 면에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파리시민들은 높이 320m의 철구조물이 파리의 조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격렬히 성토했다.
이렇듯 우여곡절끝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오페라 하우스와 에펠탑은 오늘날 시드니와 파리의 둘도없는 ‘달러박스(dollar box)’다.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오페라 하우스는 매년 방문객이 400만명에 이르고, 에펠탑은 한해 4천만명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두 건축물 모두 착공 이전 부터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렸지만 논란을 생산적으로 숙성시키는 저력을 발휘해 경이적인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최근 아시아 문화전당 설계를 둘러싼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런데 문광부 일각에서는 줄기차게 랜드마크 기능을 요구하는 광주시민들의 목소리를 ‘늘어진 테이프’ 듣듯 귓등으로 흘려 버리는 분위기가 있는 모양이다. 말하자면 “이미 2년전 상황종료된 우규승씨의 설계안을 두고 왜 뒤늦게 딴지를 거느냐”는 것이다. 혹여 아직도 그런 편협된 시선으로 문화전당 건립을 밀어부치려고 한다면 곤란하다. 이미 문광부는 문화전당과 관련해 지난 3년동안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소홀히 한 전력이 있지 않은가.
문화전당이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마스터피스(masterpiece·명작)’는 하루 아침에 탄생되지 않는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