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뮤지컬이란 걸 관람했어요. 처음엔 돈으로 주지 가난한 형편에 무슨 뮤지컬 티켓이냐고 했는데, 보길 정말 잘했어요. 우리 아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자기도 나중에 노래하며 연기하는 뮤지컬 배우가 되겠답니다. 우리 딸아이에게 꿈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요.”
최근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문진위)의 신나는 예술여행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와 비슷한 관람후기들이 종종 오른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난생 처음 대형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봤다는 장애아의 사연에서 부터 인솔교사의 손을 잡고 시립미술관을 둘러본 한 보육원 어린이의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수십만원짜리 오페라 티켓이 매진되는 요즘 세상에 이들의 소박한 감상문은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이 사연들의 주인공은 문화바우처의 수혜자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문화바우처(Voucher·사전적 의미로 구매권, 상품권)는 문화관광부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문화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초생활자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문화나눔 사업이다. 광주에서도 문진위의 주관으로 작년 한해 4천827명(장애우 723명 포함)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문화바우처가 시행 1년만에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처음엔 먹고 살기 바쁜데 ‘한가하게 무슨 음악회 타령이냐’며 마뜩지 않아하던 대상자들이 전시회, 음악회, 영화 등을 접하면서 ‘잊고 살았던’ 감성을 되찾는 놀라운 경험을 한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이 느끼는 감동은 ‘문화충격’에 가깝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문화나눔을 통해 예술적 상상력과 감성을 키우는 소중한 체험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문화나눔은 거부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명제로 떠올랐다. 수준높은 공연이라면 돈에 구애받지 않는 문화귀족과 단돈 7천원이 없어 영화관람은 꿈도 못꾸는 문화빈민이 공존하는 두얼굴의 사회에서 문화나눔은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인 것이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보다 많은 소외계층이 문화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예산확충, 프로그램의 다양화 등이 보완돼야 한다. 특히 현재 연간 1인당 3만원에 불과한 예산으론, 고작 1회 공연밖에 관람 할 수 없어 예산의 현실화는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다.
문화생활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삶의 피로를 씻어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문화체험은 성인들에겐 자신을 되돌아 보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미래의 꿈을 갖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문화가 특권이 아니라 생활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