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가 명예회복에 나섰다. 그동안 ‘고비용 저효율’ 조직이란 불명예를 안았던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최근 인력과 예산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한 것이다. 재단은 현재 21명에 이르는 사무국 상근직원을 10명 내외로 줄이고 운영예산도 100억 원에서 80억 원대로 줄여 조직의 거품을 최대한 빼기로 했다.
특히 재단은 예술 총감독을 예년보다 빠른 오는 4월께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매번 총감독 선임이 늦어져 행사진행에 차질을 빚어온 만큼 2008 광주비엔날레에서는 더 이상 시행착오를 겪지 않겠다는 각오로 보인다.
그러려면 우선 오는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재단 이사회의 선출직 이사구성이 차질없이 이뤄져야 한다. 과거 재단은 임기만료된 선출직 이사선임을 미루는 바람에 당연직 이사들만이 참여하는 ‘반쪽 이사회’에서 예술 총감독선임과 같은 비엔날레의 주요현안을 의결하는 파행을 빚었다. 선출직이사 선임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지금부터 차기 이사회 구성과 관련된 사전작업을 서둘러 업무 공백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재단이사진을 명망가 중심이 아닌 전문가 집단으로 꾸리는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현재 비엔날레재단 이사진은 총 25명. 이 가운데 디자인 비엔날레와 관련된 선출직 이사 5명을 제외하면, 광주비엔날레와 직접 연관이 있는 이사들은 19명이다. 문제는 이사회의 당연직(8명)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당연직 이사들이 시의회, 광주 상공회의소, 시립미술관 등 광주시와 관련된 단체대표이다 보니, 시의 ‘입김’이 작용한 예가 더러 있었다.
선출직 이사들의 면면도 아쉬운 대목이다. 미술계, 경제계, 학계, 여성단체 등 ‘구색맞추기’ 성격이 강해 광주비엔날레의 미래를 제시하는 ‘전문가 그룹’으로 봐주기 어렵다.
무엇보다 편중된 인적 구성은 재단 이사진과 미술계가 후보를 추천하는 현행 예술 총감독 공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사들 간의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가 얽혀 후보군이 제한돼 중량감 있는 인물을 뽑는데 한계가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국내 유명 영화전문가들을 ‘싱크탱크’로 활용, 영화제의 권위를 지켜가고 있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단 이사회는 광주 비엔날레호(號)를 이끄는 조타실이다. 예술 총감독선임 등 비엔날레 순항에 필요한 핵심동력들을 조정해야 함은 물론 타 비엔날레의 견제와 같은 예기 하지 못한 파고에도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가 ‘넘버원’을 지키느냐, 아니냐는 이사회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엔날레 개혁의 시작은 이사회부터다. 이사회가 변해야 비엔날레가 산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