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 중 하나가 남구의 ‘김치종합센터’인수 문제다.
남구청이 추진하려다 힘에 부쳐 허덕이는 김치종합센터를 시가 대신 인수해 추진하려니 명분이나 예산이 마땅치 않고, 모른 체하자니 자치구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부담을 떨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남구청이 지난 2002년부터 효천역 인근 임암동 일대 2만4천여 평에 건립 중인 김치종합센터는 현재 건축비 100억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 공사기한인 올 연말을 넘기게 됐다. 연간 10억원의 운영비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남구청은 앞서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 황일봉 구청장 명의로 광주시에 김치센터를 인수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보다 못한 박광태 시장도 ‘민선 4기 역점시책 보고회’에서 “명의는 남구로 하되 운영은 시가 맡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광주시는 중앙부처에 사업비 추가지원을 요구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광주시의 김치종합센터 인수는 두 가지 대목에서 시민들로부터 걱정을 사고 있다.
첫째는 자치구의 방만한 사업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치센터는 당초 196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구청이 건축 규모를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확장한데다 사업부지도 당초 그린벨트 지역에서 녹지지역으로 바꾸면서 건축비가 100억원이나 늘었다. 더욱이 추가한 4층에는 필수시설도 아닌 숙박시설을 들이도록 임의로 설계변경하고는 운영계획 한 줄 세우지 않았던 것으로 광주시는 파악하고 있다. 무계획·예산낭비· 책임회피 등 부실사업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셈이다.
자치구 파산(破産)의 전조(前兆)가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 이런 이유로 책임소재를 반드시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퍼지고 있다.
둘째는 막대한 예산부담으로 다른 시급한 사업에까지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의 연간 가용예산은 1천억원 정도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400억원을 전국체전 준비에 쏟아부어야 하고, 시내버스 준공영제· 지하철 운영적자· 제2순환도로 민자구간 재정보전 등 각각 200억여원을 보태야 한다. 박광태 시장 공약 1호인 ‘13만4천 개 일자리 창출’에도 신경 써야 한다. 김치센터 인수가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인지 우선 순위를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책임 못질 사업을 벌여만 놓으면 뒤치닥 거리는 시민의 세금으로 해야하는 나쁜 관례는 이젠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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