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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20층 밖에 못가?” ‘고층아파트숲’ 광주 소방능력 ‘굴욕’
광주서부소방서, 광천동 48층 아파트 화재 진압 훈련
70m급 고층용 굴절사다리차 없어 한계 드러내
대형화재 대비 장비 늘리고 구조 인력 보강해야
2020년 10월 15일(목) 23:30
광주서부소방서가 지난 14일 실시한 고층 건물 화재 대응훈련. 다목적 펌프차와 사다리차에서 쏘아올린 물줄기가 고층건물 중간에도 못 미치고 있다. 〈광주서부소방서 제공>
“어떡해, 소방차 물이 저기밖에 안 올라 가네요?”

광주서부소방서가 14일 서구 광천동 호반써밋플레이스(48층) 앞에서 실시한 ‘고층건물 현장적응훈련’은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됐던 소방장비 부족 등 화재진압 능력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훈련이었다.

소방당국은 이날 다목적 펌프차, 고가사다리차, 물탱크 등 소방차량 4대와 17명의 인원을 투입, 고층 건물 화재에 대비한 훈련을 진행했다.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3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훈련이었다.

가상 시나리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펌프차와 고가사다리차(46m)가 48층 건물 앞에서 물줄기를 쏘아 올려 화재를 진압하고, 구조대원들이 나서 비상용 승강기 및 특별피난계단을 활용해 건물 내 시민들을 안전하게 대피·구조하는 것으로 짜여졌다.

훈련이 시작됐고 펌프차와 고가사다리차가 짜여진 각본대로 소방호스로 물줄기를 쏘아 올렸다. 소방대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순간,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 웅성거림과 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펌프차와 고가사다리차가 쏘는 물줄기가 48층 건물 중간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광경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가사다리차(46m)가 사다리를 최대한 쭉 뻗어 뿜어낸 물줄기도 건물 상층부는커녕, 중간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우리집인 화정동 힐스테이트 아파트도 30층이 넘는데 어떡하지?”, “사다리차가 고장난 게 아냐?”

광주지역 최대 유동 인구가 몰리는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날 앞에서 이뤄진 이날 훈련은 광주 소방당국의 열악한 초고층 건물 화재 대응 능력을 한 눈에 드러낸 ‘굴욕’ 사건이었다.

현재 광주 소방당국이 보유한 고가사다리차로는 50m 정도인 20층 정도까지만 접근할 수 있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로도 확인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내놓은 소방장비 보유현황에 따르면 광주·전남에는 초고층 화재에 필수적인 70m급 굴절사다리차가 없다. 구조대 인력도 법정인원(광주 125명·전남 526명)보다 광주는 18명, 전남은 113명이 부족하다. 초고층 건물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장비가 여의치 못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소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방 장비 확충뿐 아니라 건물내 진화 시스템을 강화하고, 화재 예방·대피 훈련과 교육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