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광주형 일자리’ 휘청이는데 직원 뽑고 아파트 짓고
광주시, 공장 5개동 건립 경력직 선발·행복주택 건설 중
노동계, 박광태 대표 교체 요구·사회적 합의 파기 선언 예고
2020년 03월 26일(목) 00:00
지난해 12월 광주 광산구 삼거동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기공식.
국내 첫 노사상생형 일자리로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노동계와의 불화로 좌초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기본 정신인 ‘노사상생의 기반부터 다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광주시와 합작공장 신설법인인 (주)광주글로벌모터스는 상생 노력은 뒷전인 채 관련 직원을 뽑고, 사원 아파트 마련에 나서는 등 속도 내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참다 못한 노동계는 최근 청와대에 ‘신설 법인 박광태 대표 등 임원 3명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거부 땐 청와대 앞 등에서 합의 파기 선언식을 열겠다는 의지까지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그동안 노동계와 대화의 물꼬조차 트지 못하고 있는 광주시는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고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여 지역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25일 광주시와 한국노총 등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광주·함평 일대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2021년 가동을 목표로 공장 5개동을 짓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1대 주주는 484억원(21%)을 투자한 (재)광주그린카진흥원(광주시)이며, 2대주주는 437억원(19%)을 출자한 현대차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최근 1차로 경력직 23명을 선발했으며, 추후 채용 예정인 800여명의 생산직 근로자에게 제공할 행복주택도 2024년까지 1, 2단계로 건설 중이다.

이처럼 빠른 사업 진행과는 반대로, 가장 중요한 사업 파트너인 노동계와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하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은 최근 청와대측에 ‘광주글로벌모터스 박광태 대표 등 주요 임원을 전문가로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건의서를 전달했다.

전 광주시장인 박 대표의 경우 사업초기부터 전문영역인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임용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이 때문에 건의서에는 “보은 인사에 따른 반감이 확대되고 있다. 각계각층 추천으로 임원이 새롭게 구성돼야 한다”는 주장 등이 담겼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이번 건의서 전달과 함께 다음달 7일 청와대 앞 등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회적 합의 파기 선언식도 예고하고 나섰다. 이 같은 내용은 청와대와 노동청을 거쳐 광주시에도 공식 전달됐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는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광주시)와 노동계의 골 깊은 갈등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빠른 사업진행 속에, 자칫 노동계의 반발이나 현대차의 변심,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사업이 좌초되거나 장기 지연될 경우 인력과 시설 유지·처리 등에 따른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책임질 것이냐에 대한 걱정이 크다. 그동안 경험에서 자치단체의 대형사업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전남도는 ‘F1’ 대회를 잘못 유치했다가 경주장 건설비 등으로 지방채 2900여억원, 2010년 첫 대회 후 4년간 누적적자 1900여억원 등을 부담해야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노사상생형’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좌초되지 않기 위해선 다소 더디더라도 노동계와의 상생을 전제로 사업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노동계의 기본 요구 사항인 비전문 대표 집단 교체, 적정임금·적정노동, 원·하청 상생 방안, 노사 책임경영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부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바라 보는 시각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김동원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이날 언론 칼럼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만의 일자리가 아니다. 기업과 노동조합, 지방 정부를 넘어서 우리나라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국민의 바람으로 엮어진 약속”이라며 “노사전문가들은 ‘노사민정 간 의견불일치가 지속된다면 공장문을 연 후가 더 큰 문제이므로 아예 접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며 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